삼성전자, 달라진 노조 분위기…"실적 부진 속 공감대"
실적 부진 속 빠른 합의안 마련…조합원 투표 가결 가능성↑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6일 09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스1)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48일 만에 임금 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노사 갈등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파업 등 내홍을 겪으며 협상이 장기화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빠른 시일 내에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잠정 합의안보다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면서 조합원들의 마음도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2023·2024년을 포함해 2025년 임금 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7일 교섭이 시작된 지 48일 만이다. 합의안에는 평균 임금 인상률 5.1%(베이스업 기준 3%, 평균 성과 인상률 2.1%) 인상을 비롯해 ▲삼성전자 자사주 30주(약 173만 원) ▲패밀리넷몰 200만 포인트 지급 ▲월 20일 이상 교대 근무 시 25만 원 수당 신설 ▲고정 시간 외 수당 16.5시간에서 14시간으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성과급(TAI·OPI)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반기별로 내용을 보고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조합 사무실 추가 확보 ▲신입사원 교육 시 조합 소개 ▲조합원 교육·조합 활동 8시간 유급 보장(연 2회) 등도 포함됐다.


이번 합의안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전 직원 자사주 30주 지급과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 TF(태스크포스) 구성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잠정 합의안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으로, 노조 측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2023년 말 기준 삼성전자 직원 12만4804명에게 자사주 약 300만주가 지급된다. 25일 주가 기준으로 약 2100억원 규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바 있으며 3개월 안에 3조원을 소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머지 7조원 중 일부가 자사주 지급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급 제도 개편을 위한 노사 공동 TF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성과급은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의 핵심이었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 부진으로 초과이익성과금(OPI) 지급률이 0%로 책정됐다는 점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에 노조는 OPI의 지급 기준이 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산출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성과급 지급 기준 공개가 TF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단순히 실적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 합리적인 지급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협상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에는 1월 상견례 이후 두 차례 교섭 결렬과 파업을 거친 끝에 11월이 돼서야 잠정 합의안이 도출됐다. 반면 올해는 노사 모두 실적 부진 속에서 신속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며 합의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노사 모두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부위원장도 "업황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직원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양측이 결단해야 한다는 게 중요한 교섭 기조였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본 임금 인상률(베이스업)과 성과급, 현금성 보상(패밀리넷 포인트 등), 고정 시간 외 수당 등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보다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협상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로 입장을 조율한 끝에 합의안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이번 잠정 합의안의 최종 결정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5일까지 진행되는 노조 조합원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투표에는 전삼노를 비롯해 총 4개 노조가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장기적으로 노사 갈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주 30주 지급 등 지난해보다 개선된 내용이 포함되면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위원장은 "합의안 공개 이후 아쉽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 '수고했다'는 반응이 많다"며 "결과는 투표로 나오겠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송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장 역시 "마음에 든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자사주 지급안에 대해서도 경쟁사 주가와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더 얻어온 게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이대로라면 가결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이번 임금 단체 협상을 성실히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 전삼노와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노사 협의회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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