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밸류업 전쟁
'비과세 배당'에 주가도 반응…우리금융 도입 이유는
⑥4대 금융지주 최초…주주환원 여력·과점주주체제 고려 분석도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8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굉장히 좋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


우리금융지주가 이달 초 열린 2024년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비과세 배당 도입을 예고했을 때 현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최근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시장에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비과세 배당 도입을 추진하는 건 4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처음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주주환원 여력이 부족하고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춘 점 등 특수성을 고려해 비과세 배당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달 초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 이후 남다른 주가 흐름을 그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처럼 주가가 하락한 곳도 있지만 우리금융 주가는 10% 넘게 뛰었다.


우리금융이 IR을 진행한 건 이달 7일이다. 종가 기준으로 7일 1만5390원이었던 주가는 13.2% 뛰어 지난 24일 종가 기준 1만7420원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KB금융과 신한금융 주가는 각각 4.7%, 4.2% 빠졌다. KB금융은 5일, 신한금융은 6일에 IR을 진행했다.


우리금융 주주환원 관련 지표. (출처=우리금융 기업가치 제고계획 이행현황)

IR에서 경영 성과와 함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이 나왔던 만큼 주주환원 확대를 향한 기대감이 우리금융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금융지주 처음으로 비과세 배당 도입을 예고한 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비과세 배당은 말 그대로 배당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이전에 우리금융 주주는 배당금에서 세금 15.4%를 제외한 나머지를 받았지만 비과세 배당이 도입되면 세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실질적으로 배당수익이 증가하는 셈이다.


우리금융의 비과세 배당 도입에 시장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주주의 이익 증대는 물론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주주환원 강화를 이어가기 위한 우리금융의 고민이 읽힌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 역시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총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주당배당금(DPS)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이익 규모나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탓에 주주환원 확대에 부담이 적지 않다.


비과세 배당은 당분간 배당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우리금융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자본잉여금 중 3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한다는 계획인데 이러면 3~4년 정도 비과세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배당은 기업이 영업 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재원으로 쓰지만 비과세 배당은 자본잉여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이입해 재원으로 활용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른 금융지주 대비 총주주환원율이 낮은 점을 감안해 아이디어를 내고 주주를 배려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 금융지주 대비 부족한 주주환원 여력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안정화에도 비과세 배당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과세 배당이 도입되면 우리금융의 과점주주가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유인이 하나 더 늘기 때문이다. 법인 주주는 비과세 배당 도입으로 법인세 과세 이연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다.


우리금융은 2016년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점주주 체제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한국투자증권·푸본생명·키움증권·유진PE 등 과점주주의 지분율은 14%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15.5%로 집계됐는데 IMM PE는 올해 초 남은 지분(1.38%)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점주주 체제는 투자자 이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주가에 부담이다.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과점주주였던 IMM PE가 이탈하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관련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오버행 이슈는 완전히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이성욱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최근 IR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보유 지분 매각을 완료했고 IMM PE도 올해 1월 중에 남은 지분 매각을 완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과점 주주 관련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이슈는 완전히 해소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금융지주 밸류업 전쟁 5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