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한파
IPO 제도 개선, 시장 분위기와 엇박자
⑦시장 위축, 주관사·기관 '부담'…금융투자협회 "내달 의견청취"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17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주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통상 연초에는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신규 상장기업들도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몰아친 한파가 연초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올해 초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도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공모주 시장은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다. 이에 딜사이트는 공모주 시장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금융당국이 제시한 공모주 개선 방안에 대한 실효성도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딜사이트 배지원, 김호연 기자]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비이상적인 과열과 기관투자자의 단타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이 제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물음표'다. 이미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오히려 참여 유인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도와 시장 흐름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관사와 기관의 재량을 줄이면서 결국 '적정 가격 도출'이라는 시장 역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다음달 IPO 인수업무 규정·주관업무 모범규준 개정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 개선의 주된 내용은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 도입 ▲소규모 사모운용사 및 투자일임사의 수요예측 참여 제한 ▲코너스톤투자자, 사전수요예측 도입 지속 추진 등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이 이미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참여 자격의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 내용은 의무보유의 중요성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으면 하이일드펀드·코스닥벤처펀드 등 정책펀드는 사실상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게 됐다. 특히 공모주 단타 매매를 막기 위해 40% 이상은 의무보유 확약을 건 기관에 배정해야 하도록 했다. 정책펀드의 경우 15일 이상의 의무보유 확약을 해야 물량을 받을 수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역시 연기금, 보험사 등 우량한 투자자가 의무보유 확약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A 운용사 관계자는 "단타를 막기 위한 '락업' 확대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며 "초기 유통물량을 제한할수록 '작전 세력' 등 단타로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의 활동 환경만 더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 운용사 관계자도 "소형 운용사의 참여자격 기준을 상향조치 한 점은 공모주 투자자 풀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정책펀드 운용사도 모두 의무보유 확약을 조건으로 공모주 청약을 넣어야 한다면 수요가 줄고, 해당 정책펀드로 인해 수혜를 입었던 코스닥 상장사와 하이일드 채권 발행사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적정 공모가 도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3년 IPO 제도 개선부터 주관사의 재량을 줄이고 책임을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됐는 데 오히려 이 점이 가격결정에 악영향을 준다는 해석이다.


C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주관사는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적정한 공모가를 도출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며 "발행사의 주장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주관사의 협상력도 중요한데 운용사 물량 배정 권한 등 고유한 권한을 축소시킬수록 주관사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모가를 왜곡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책펀드 등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주요 기관들이 15일 이상의 락업 기간을 고려해 기업의 적정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써낼 수 있어서다.


D 증권사 관계자는 "보호예수 기간 이후의 물량 출회를 염두에 두고 공모가를 낮게 평가할 수 있다"며 "공모를 통해 투자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최근 IPO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예비심사 신청을 철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지적에 따라 가격을 낮추거나 투자자 보호사항을 추가해 증권신고서를 기재정정하는 일도 빈번하다.


E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나 최근 당국의 심사 기조와 관련해 어떤 방향이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시장 분위기에 따라 기관배정 물량을 줄이거나, 참여자격을 바꾸고, 특정 상장 제도로는 아예 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이는 시장의 혼란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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