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쪽서 등장한 SW업계 귀인
中딥시크 쇼크에 韓 SW 주가 강세…미래사업·기술 투자 강화해야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0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픽사베이)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이웃나라인 한국과 중국 산업계는 불신과 의존이 공존하는 애증의 관계다. 우리나라는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를 떨쳐내지 못하는 반면 중국은 K-전략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분야서 기술유출 및 약진 사례를 이어가며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산업계에 영원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이란 전대미문의 기술특화 산업 출현으로 경쟁보다 합종연횡이 보다 익숙해진 시대에 접어들면서 '영원한 라이벌'로 인식돼 온 중국에서도 때 아닌 귀인이 등장했다.


최근 전 세계 전 산업군을 불문하고 최대 화두로 떠오른 '딥시크' 얘기다. 딥시크는 낮은 가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해 내면서 기존 인공지능(AI) 업계에 쇼크를 안겼다. 앞서 딥시크가 지난달 출시한 추론형 AI 모델 'R1'은 일부 테스트에서 오픈AI가 지난해 9월 선보인 AI 모델 'o1' 성능을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 개발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2000개가 투입됐다. 기존 글로벌 빅테크들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1만5000개가 넘는 반도체칩을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효율화가 이뤄진 셈이다.


파장은 굉장했다. 딥시크 발표 직후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주가는 10% 가까이 뛰었다. 향후 AI 성능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갈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앞서 국산 AI 개발이 더뎠던 배경에는 낮은 GPU 보유량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의 딥시크가 투자비와 성능이 정비례한다는 산업계 불문율을 처음으로 깬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컴퓨팅 파워에 따라 AI 성능이 좌우되는 공식은 유효하겠지만 이번 딥시크 사례로 연구·비용 효율화에 대한 가능성이 입증된 점은 유의미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특히 이번 딥시크 쇼크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경시해 온 국내 산업계에 경종을 울린다. 하드웨어·제조업 등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성 위주 사업군을 꾸려오면서 소프트웨어 분야는 딴 나라 얘기로 치부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동화된 탓일까.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범용 AI' 개발에 나설 때 국내 업계는 여전히 국내용 기초모델에 매몰돼 있는 상태다. IT 대표주인 네카오(네이버·카카오) 사례만 봐도 그렇다. 네이버는 AI 매출이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카카오는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 출시를 계속 미루면서 AI 사업에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는 '퍼스트 무버'가 아닌 선구자를 따라가기 급급한 '패스트 팔로워'의 DNA가 깊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산업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이제 무형의 것이 아닌 유형의 결정체로 진화 중이다. 국내 업계가 딥시크 쇼크를 또 하나의 중국 굴기로 여긴다면 추후 그 이상의 원동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 예상치 못했던 주가 변동을 시장·주주들의 기대감으로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사업 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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