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갖춰야 할 덕목
민간 출신 오화경 회장, 연임 도전 관측…관 출신 후보군 경쟁 주목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0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차장]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관료 출신 후보군의 하마평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2~3명의 관료 출신 인물들이 금융당국을 통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 시점이다. 


이들에 대한 논의가 현재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탄핵정국 불확실성도 있지만 오화경 현 회장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 회장의 연임 도전설이 돌자 선거를 통해서는 그를 이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오 회장은 2022년 선임 당시 관(官)출신인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저축은행중앙회장직에 대한 일부 관출신의 안일한 인식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역할'을 논하기 전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더 촉각을 세운다. 연봉 역시 중앙회장직을 선호하는 척도가 돼 왔다. 출사표를 던졌다가 중앙회 이사회에서 연봉 축소를 언급하자 후보직을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연봉은 성과급 포함 약 5억원 수준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재작년 수천억원대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이후 지난해 역시 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당초 실적반등 시기로 점쳐졌던 올해 하반기도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장담이 어렵다. 그런만큼 차기 중앙회장의 역할과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차기 중앙회장 선거일정은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이달 20일 개최되는 저축은행중앙회 이사회에서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구성 및 선거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관위가 구성되면 공고를 통해 후보 등록기간이 설정된다. 관심은 오 회장 이외에 어떤 민·관출신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지 여부다. 


오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역대 회장 중 그 누구보다 높다. 중앙회장 선임 이전에도 상대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 뛰며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오 회장의 하나캐피탈 시절 그를 만난 한 전직 CEO(최고경영자)는 "관리를 넘어 감동을 주는 능력이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부행장들이 독식했던 하나저축은행을 외부 출신인 그가 맡았을 때도 이례적이지만 납득할 만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관료 출신 회장은 업계에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다. 민간 출신이 풀기 어려운 금융당국과 유기적인 소통과 연계 측면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규제완화도 민간보다는 관료 출신의 접근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오 회장의 취임 공약 중 유일하게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부분 역시 당국과 논의를 가져가야 할 예금보험료 인하다. 


다만 더 이상은 출신만으로는 안 된다는 자각도 필요하다. 능력과 의지를 갖추지 못하면 출신은 무의미하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은 과거 여신금융협회장 출마 당시 철저한 프리젠테이션으로 회원사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위기 속 저축은행 대표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검증된 민간 출신 회장을 뛰어넘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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