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은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평가받는다. 딜사이트는 두 금융그룹이 거느린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현황 및 기여도 등을 비교·분석했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생명보험사는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공들여 구축한 비은행부문 계열사다. 규모에 따라 성장 한계가 뚜렷한 업권 특성을 반영해 두 그룹 모두 과감한 M&A(인수합병)로 성장 활로를 모색했다. 그 결과, 신한라이프는 신한카드에 이은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KB라이프생명 또한 합병 후 성공적인 통합 작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준비를 마쳤다.
반면 손해보험사의 경우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명암이 극명하다. KB손해보험은 가파른 성장세로 KB금융 계열사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신한EZ손해보험은 여전히 적자 행보를 벗지 못한 상태다. 디지털손보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추가 M&A를 통한 외형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보와 KB라이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1089억원으로 사상 첫 1조원대를 돌파했다. KB손보는 지난해 83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3년 연속 KB금융의 비은행부문 계열사 실적 1위 자리를 유지했다. KB라이프는 269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2023년 출범 이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신한라이프도 실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5284억원으로, 신한카드에 이어 신한금융 비은행부문 계열사 중 2번째로 높았다. 신한라이프는 출범 첫해인 2021년 3916억원, 2022년 4636억원, 2023년 42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해왔다.
신한EZ손보는 2022년 출범 이후 지속된 적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데 이어 202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78억원, 1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생보사 부문에서 신한라이프가 KB라이프를 앞서고 있지만 손보사 부문의 극심한 격차로 인해 금융그룹 내 보험업 순익 기여도에 차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KB금융 전체 당기순이익 중 KB손보와 KB라이프의 비중은 21.8%로 나타났다. 반면 신한라이프, 신한EZ보험의 신한금융 내 순익 비중은 11.3%에 머물렀다.
신한라이프는 2019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이 전환점이 됐다. 당시 1000억원대 순익을 거두며 업계 하위권에 머물렀던 신한생명은 2021년 오렌지라이프와 통합 이후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을 제치고 업계 4위까지 올라섰다.
KB라이프 역시 2020년 자회사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이 성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푸르덴셜생명은 매물로 나올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을 지닌 초우량회사로 국내 금융그룹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편입 이후 2023년 KB생명보험과 함께 KB라이프로 재편되면서 수익 안정화에도 성공했다. KB생명은 푸르덴셜생명과 통합 전까지 3년간 적자 행보를 지속했었다.
신한EZ손보도 2022년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새롭게 편입됐다. 하지만 규모 및 상품 구성의 한계로 아직 성장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고려하면 추가 M&A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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