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한 바이오 메가펀드 조성 사업이 차일피일 밀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결성 시기는 올해까지였다. 그러나 메가펀드 조성의 핵심 키인 K-바이오·신약펀드(K-바이오펀드)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목표 결성액인 6000억원의 절반 수준을 확보한 상황이다.
K-바이오펀드는 메가펀드 조성 계획 발표 전부터 시작됐으나 투심 위축으로 여러 벤처캐피탈(VC)들이 펀딩에 실패했다. 지난 2022년 1호 출자사업 당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목표약정액 1500억원 확보에 실패해 GP 자격을 반납했으며, 지난해에는 3호펀드 GP였던 LSK인베스트먼트가 1000억원 결성에 실패했다. 이달 결성기한이 만료하는 4호펀드도 출범이 불확실하다.
결국 바이오 메가펀드 결성 시점은 슬그머니 미뤄졌다. 정부는 올해초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오는 2027년까지 메가펀드를 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피커가 윤석열 대통령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으로 교체됐을 뿐 2년 전 외침이 메아리처럼 그대로 돌아왔다. K-바이오·신약펀드의 달성 시점 역시 수 차례 미뤄졌다. 지난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이제는 연내 결성이 목표란다.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 결성총액을 줄일 수도 없다. 1조원이라는 금액이 정책적 의지가 투영된 상징적인 액수이지만 바이오업계 활성화를 위해 과대추정한 금액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바이오 연구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1조원도 넉넉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차세대 산업 육성을 위한 1조원대 메가펀드 구상이 단지 공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위축된 바이오 투자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특히 백신 분야에 대한 의무출자 폐지는 시급해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백신 자립을 위한 장기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백신 사업은 당장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사업이 아니다. 가뜩이나 투심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 출자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 대형 섹터펀드에 수익성 낮은 사업까지 의무출자대상으로 포함시킨다면 유한책임투자자(LP)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업계에선 연구 분야 별로 펀드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분야처럼 수익성이 낮으나 지속적인 육성이 필요한 사업은 별도의 펀드를 결성해 운영하자는 것이다. 결성액 규모를 줄이고 정부 출자액 비중을 높인 특화펀드를 운영해 단계적으로 유관산업을 키워나가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수요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정책펀드를 통한 충분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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