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제2막부진한 성적에도 '마이웨이'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LG CNS가 중복상장 논란을 안고 기업공개(IPO)를 단행했지만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면서 지주사 LG를 향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구주매출·유통물량 등 LG CNS 주가 하락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 속에 LG가 주요 자회사 상장으로 자체 주식 매력도가 떨어지는 이중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당초 구광모 LG 회장이 상속세 관련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LG CNS IPO를 통한 지분 매각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이 보유한 1%대의 LG CNS 지분 가치가 대출 규모의 10%대에 불과하고 지분 처분에 따른 경영·사업 리스크도 상존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IPO를 주력 자회사의 퀀텀점프를 위한 모멘텀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주사 LG는 자회사 LG CNS의 중복상장 우려가 가시화된 지난해부터 최근 상장 이후까지 주가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LG 주가는 지난해 2월 밸류업 실행 기대감에 10만3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6~7만원대까지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17일 종가 기준 주가는 6만9700원으로 일년 새 32.3% 나 급락했다.
이러한 주가 약세는 올해 IPO 최대어로 떠올랐던 자회사 LG CNS의 부진세와 무관치 않다. LG CNS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5만32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4.1%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2대주주이자 재무적투자자(FI)인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이 이번 IPO를 통해 6000억원을 규모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막대한 구주매출이 발생하고 유통 물량도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 압력이 거세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맥쿼리 측이 6개월의 의무보유 확약 해제 후 잔여지분 2083주를 시장에 내놓게 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LG그룹 주요 자회사가 모두 상장하게 되면서 지주사 주식이 고립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투자자들이 LG CNS 투자를 위해 LG 주식을 샀다면 이제 LG CNS로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지주사 주식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LG로선 IPO 기대주였던 LG CNS의 부진으로 기업가치가 둔화하고 자체 주식 매력도마저 절감되는 이중난에 처한 셈이다. 실제 앞서 LG화학도 2022년 배터리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시키면서 회사 주가가 고점 대비 3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전자, LG유플러스 등 주요 자회사에 이어 그룹 유일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LG CNS까지 상장하면서 주력사 모두 별도 상장하게 됐다"며 "LG디스플레이 등 여러 손자회사들까지 상장하면서 LG 지주사 주식이 보다 고립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구광모 회장이 상속세 관련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LG CNS IPO를 강행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주사가 고립될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자회사 상장을 단행한 배경에는 오너의 자금수혈 이슈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구 회장은 2018년 고(故) 구본무 전 회장으로부터 LG 지분 1512만2169주(8.76%)와 더불어 LG CNS 지분 97만2600주(1.12%)를 상속 받았다. 해당 지분은 보호예수기간인 상장 6개월 이후부터 처분할 수 있다. 과거 구 회장이 7200여억원의 상속세 납부 과정서 주식담보대출을 여럿 끌어온 만큼 추후 LG CNS 지분을 현금화해 상환금을 마련할 것이란게 시장의 시각이다. 구 회장은 현재 LG 지분을 담보로 한 3000억원대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 회장이 보유한 LG CNS 지분이 1%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속 관련 시나리오는 억측이란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구 회장의 LG CNS 지분 가치는 17일 종가 기준 517억원으로 3000억원대의 주식담보대출 중 20%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LG CNS 신사업이 이제 막 개화한 만큼 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6개월 안에 수천억원대로 뛸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보유한 LG CNS 지분 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처분시 성장성이나 경영권 등 여러 이슈들이 함께 뒤따를 수 있어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앞서 구 회장이 5년간 6회에 걸쳐 상속세 분할 납부를 우선 마무리한 만큼 당장 여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이번 IPO는 오히려 지주사가 LG CNS의 잠재성과 성장성을 보고 퀀텀점프 모멘텀을 확보하고자 하는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다른 여러 경쟁사들도 모회사를 두면서도 별도 상장한 사례가 있는 만큼 중복상장 여부나 상속 절차가 아닌 향후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상속세 이슈는 사적인 영역이므로 확인이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LG CNS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129억원, 매출액 5조982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5%, 6.7%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IPO를 통해 확보한 6000억원의 자금으로 글로벌 성장 투자를 본격화하며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LG가 LG CNS 지분 49.9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그룹사 유일한 IT서비스 업체인 LG CNS가 글로벌 시장서 성장할 수록 그룹 차원의 IT, 인공지능(AI) 역량을 홍보하는 효과가 이어져 그룹사 주가 전반에 훈풍이 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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