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12월 처음 시행된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기준 400조원을 넘었고 2040년 1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 중인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다양한 금융 분야의 쟁쟁한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개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신한은행과 적립금 선두 경쟁을 다투고 있다. 지난해 42조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으며 신한은행과의 격차를 3조원대로 줄였다. 특히 개인단위로 가입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상품은 적립금 1위를 유지 중이다.
적립금 유치와 별개로 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비교적 저조하다. 가파르게 성장하며 국민은행을 따돌린 적립금 1위 신한은행과 최고 수준의 수익률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장 중인 3위 하나은행의 추격 사이에서 경쟁에 밀리는 상황을 타개할 전략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42조418억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쌓았다. 전년(36조8265억원)보다 14.2% 증가한 규모다. 신한은행보다 3조8735억원 낮은 금액으로 시중은행 2위에 안착했다.
국민은행은 개인이 가입하는 DC와 개인형IRP 상품에서 전통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DC는 14조2494억원, 개인형IRP는 15조6622억원으로 은행 중 1위다. DC는 2007년, 개인형IRP는 2010년부터 업계내 최다 적립금을 유지해왔다. 두 상품은 기업단위로 가입하는 확정급여형(DB) 상품과 달리 개인 고객 유치 방식으로 적립금을 확보한다.

반면 규모와 달리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원리금 보장형 개인형 IRP 단기수익률(최근 1년 수익률)은 3.24%로 하나·우리은행에 뒤졌다. 이외에 3·7·10년 수익률도 모두 5대 시중은행 중 3위에 그쳤다. DC상품 역시 장·단기 수익률을 통틀어 시중은행 1위가 없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기존 주거래고객 기반으로 퇴직연금 적립금과 가입자를 늘려 왔다"며 "실물이전 제도 시행과 자산관리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통적 강자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수익률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의 수익률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공시상 수익률의 경우 고객이 직접 운용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23년 기준 국민은행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3·6개월 기준 모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보다 낮았다.
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 중 일부 고위험 상품에서 상위권 수익률을 보였다. 하지만 중·저위험 상품이 주를 이루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위험 상품의 적립금 규모는 극히 일부다. 비교적 적립금 비중이 높은 중위험 상품에서는 국민은행의 1년 수익률이 7.03%에 그쳐 신한은행(10.42%), 하나은행(10.46%)보다 3%포인트 이상 낮았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고객·수익률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WM고객그룹 연금사업본부 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연금사업본부장 주관으로 상품, 고객·수익률 관리, 제도·은퇴노후, 마케팅 등 분야로 구성돼 수익률 제고를 위한 추진 과제를 수립·추진 중이다.
올해 들어서는 개인별 수익률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현재 구축 과정에 있는 '초개인화 연금 수익률 관리시스템'은 고객 행동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률과 투자행태별 고객 세그먼트를 차별화한 도구다. 이와 함께 AI상담사를 통한 '퇴직연금 고객관리 AI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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