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가 체질 개선과 조직 효율화를 마치고 반등을 준비한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비용 절감과 운영 최적화를 추진한 엔씨는, 올해 '백 투 더 베이식(Back to the Basic)' 전략을 내세워 게임성 강화와 유저 소통을 핵심으로 삼았다. 하반기 출시될 '아이온2'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AI 기술 도입과 신규 IP 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가 조직 개편 및 자회사 분사, 마케팅 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상장 이례 첫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12일 엔씨는 지난해 매출 1조5781억원, 영업손실 109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날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사 구조 개선에 따른 퇴직위로금 지급 등 일회성 인건비 발생과 신작 출시 마케팅비 증가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엔씨는 오랜 기간 동안 대표 IP인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새로운 IP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기존 MMORPG 중심의 사업 구조가 변화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더해 '쓰론 앤 리버티(TL)'의 북미·유럽 시장 확장 전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 심화와 신작 개발 장기화 등 요인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엔씨는 당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 및 체질개선을 단행했다. 본사 인력을 5000명에서 3100명으로 감축하고 효율화에 나섰다. 기존 IP인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은 본사에서 관리하고 신작 개발은 자회사 및 투자 방식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영향이 4분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퇴직위로금 지급 및 신작 마케팅비 증가로 영업손실로 기록됐다. 실제 엔씨의 지난 4분기 영업손실은 1295억원으로 앞선 3개 분기 누적 영업이익인 203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인건비는 9064억원으로 전년 8228억원 대비 10.1%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 역시 850억원에서 1281억원으로 50.7% 증가했다.
엔씨는 지난해를 효율성을 위한 체질개선의 해였으며 올해 글로벌 시장 확장과 기술 혁신을 통해 반등하겠다는 목표다.

우선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게임별 맞춤형 출시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엔씨의 기대작 '아이온2'는 올해 하반기 한국과 대만 시장에 우선 출시 후 북미·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는 앞서 출시했던 '쓰론 앤 리버티'의 경험을 살려 서구권 유저들에게 맞게 변형을 거쳐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온2'는 이용자와 소통을 가장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설명했다. '아이온2'의 출시 전부터 상당 기간 먼저 소통을 시작하며 게임과 관련한 특색을 알릴 계획이다.
이밖에도 신규 IP투자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규 IP투자와 퍼블리싱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지난해 600~700억원 규모 투자를 통해 해외 게임사 두 곳과 국내 게임사에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도 유사한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브컬 장르와 슈팅게임 및 액션 RPG장르를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사 M&A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는 엔씨가 MMORPG 외 다양한 장르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아울러 엔씨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게임 개발 및 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나아가 새로운 매출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앞서 엔씨는 지난 9일 본사 AI 연구개발 조직으로 있던 엔씨 리서치를 'NC AI'라는 사명의 신설 법인으로 출범했다. NC AI에서는 바르코의 수익화 사업 출시를 알렸다. '바르코'는 엔씨가 지난 14년간 연구·개발한 AI로 '바르코 LLM'부터 한국어 특화 버전 언어모델 '바르코 비전'까지 공개했다.
엔씨는 현재 음성 합성, 애니메이션 자동 생성 다국어 번역 등 AI기술을 게임 개발 및 운영 전반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게임 데이터 분석, AI 기반 챗봇, 스팸필터링, 개발 지원 등 운영부터 업무 프로세스에 활용 중이다.
박 대표는 "엔씨가 보유하고 있는 AI 기술을 통해 게임 개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고도화시킬 방침"이라며 또한 엔씨가 개발한 AI기술을 외부 스튜디오 및 개발사에 제공해 추가적인 수익 모델 창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이날 퍼블리싱 전략 부족과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개발력이라던가 퍼블리싱 능력 부족, 마케팅 비용 통제 등과 관련해 많은 비난을 받고 반성 중이다"라며 "올해는 좀 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게임에 비용을 투입해 완성도와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진행해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전했다.
엔씨는 지난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조직을 최적화하며 초석을 다졌다면 올해는 글로벌 시장 공략과 AI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한다는 포부다. 특히 하반기 출시될 '아이온2'와 주요 신작들의 성과가 엔씨의 실적 반등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끝으로 그는 '백 투더 베이식'으로 돌아가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게임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게임성에 대한 평가는 유능한 한 사람의 개발자 아니라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평가받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성을 높이고 효율적 마케팅 계획을 세워 기대에 부흥하는 기회를 마련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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