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12월 처음 시행된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적립금 기준 400조원을 넘었고 2040년 1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 중인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다양한 금융 분야의 쟁쟁한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개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신한은행이 지난해 46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쌓았다. 은행권에서 가장 큰 규모다. 적립금을 토대로 얻은 수수료 역시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퇴직연금 상품 유형별 수익률이 업계 상위권을 유지 중인 데다 고객 편의성을 높인 점이 적립금과 수수료의 성장세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45조9153억원 규모다. 전년대비 13.6% 증가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42조7010억원으로 금융권 가운데 유일하게 40조원을 넘긴 뒤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는 모습이다.
개별 상품 중에서 개인형 IRP 적립금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의 개인형 IRP 적립금은 지난해 말 16조7027억원으로 전년( 12조5706억원) 대비 4조1321억원(32.9%)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하며 전체 적립금 성장세를 이끌었다.

적립금이 늘면서 퇴직연금 수수료이익도 대폭 성장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퇴직연금을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이익은 2116억원으로, 2064억원을 기록한 국민은행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지난 2023년 국민은행이 1774억원으로 1위, 신한은행이 1699억원으로 2위였던 점과 비교하면 순위가 뒤바뀌었을 뿐 아니라 이익 규모도 많 증가했다. 수수료이익 증가율은 신한은행 24.5%, 국민은행 16.3%다.
신한은행의 경우 높은 단기 수익률(최근 1년간 운용수익률)이 적립금과 수수료이익 증가로 이어진 사례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원리금 비보장형 확정급여형(DB) 단기수익률은 7.99%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DB상품이 신한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어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IRP는 각각 10.55%, 9.88%의 수익률을 나타내 각각 2위와 3위를 나타냈다.
장기수익률 역시 3·5·7·10년을 통틀어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비보장형 상품군의 경우 DB, DC, 개인형IRP 모두 5년 이상 장기수익률이 3%대 이상을 보여 만기가 긴 퇴직연금 상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더해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 품질도 개선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다인 190개 ETF 상품 라인업 구축 ▲신한 SOL뱅크 '나의 퇴직연금' 전면 개편 ▲영업점 무서류 IRP 신규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또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기반으로 은퇴설계 전문 컨설턴트들이 고객 포트폴리오 중심 자산운용과 수익률 관리를 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존에 유치한 기업·기관금융 종사자들이 급여통장과 퇴직연금 계좌를 연동하는 특성도 신한은행의 1위 유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유지한 리딩뱅크 입지가 고객 유치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립금 규모의 경우 기존에 유치한 기업과 기관의 규모와 관련이 깊다"며 "리딩뱅크 경쟁사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양강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성장 전략으로 고객관리 기반의 퇴직연금 서비스 강화를 제시했다. 고객의 생애주기 분석을 통한 연령별 맞춤 고객관리 솔루션을 구축하고 고객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자산 컨설팅을 확대한다. 퇴직연금 자산관리 전문인력과 함께하는 오프라인 방문 컨설팅과 모바일 SOL 나의퇴직연금 등 비대면채널을 통한 상품·자산운용 개편을 병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최다 ETF 라인업 등 고객 선택권을 늘리고 모바일 서비스 전면 개편으로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한 점이 지난해 적립금 증가로 이어졌다"며 "올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 구축과 온·오프라인 서비스 개선으로 시장 점유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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