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위기 넘는 현대차그룹3형제, 올해 매출 350조 넘는다…주주환원 '이상무'
현대자동차그룹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쌓아 올리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완성차 시장 전반으로는 전기차 판매 부진 현상이 지속 되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은 고조되는 실정이다. 현 상황을 '퍼펙트 스톰'(복합적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이라고 진단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고객 뿐 아니라 주주와 시장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위기 돌파 전략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올해 연 매출 350조원 돌파에 도전한다.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데 맞춰 보수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만큼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우등생'으로 평가 받는 이들 회사는 실적과 별개로 총주주환원율(TSR)에 맞춰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차질 없이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 작년 총 매출 340억원, 올해 357조원 목표…영업익 소폭 하향 설정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총 매출 339조9170억원과 영업이익 29조980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5.7%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2.1% 급증했다. 이 기간 순이익은 10.7% 확대된 27조814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률은 3.4%포인트(P) 상승한 8.8%였다.
현대차그룹 핵심 3개사는 지난해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도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일궜다. 예컨대 완성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대수가 1% 감소했지만, 매출은 7.7% 성장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현대차가 기 반영한 판매보증충당금 영향으로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충당금은 부채로 인식되는데, 연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생산 축소와 친환경차 믹스 변동으로 매출이 소폭 줄었지만, 전장 부품의 단가 인상과 비용 회수가 이뤄지면서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차그룹 삼총사가 제시한 올해 경영 목표다. 이들 회사들이 발표한 실적 가이던스를 충족할 경우 3사 총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7조원과 32조원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영업이익률은 9% 수준으로 계산된다.
먼저 현대차는 매출 성장률을 전년 대비 3~4%, 영업이익률을 7~8%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실적에 대입할 때 올해 매출은 180조4881억~182조2404억원, 영업이익은 12조6341억~14조5792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역성장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기아는 올해 매출을 전년보다 4.7% 증가한 112조5000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1% 감소한 12조4000억원을 내걸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경영 실적 목표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발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 따르면 연평균 매출 성장률 8%와 영업이익률 5~6%을 이행할 예정이다. 이로 추산한 현대모비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2조원과 3조1000억~3조7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 달성 여부 이견 없어…"불확실성 선반영한 가이던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3사의 경영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애초 경영 상 발생할 수 있는 변수와 제약을 반영해 목표치를 낮게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올해 실적에 대해 현대차증권은 "보수적인 판매 목표와 환율 가정에 따른 가이던스는 미국과 유럽 등 경쟁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부정 요인을 상쇄하는 만큼 달성 가능성을 높인다"며 "추가 감익 가능성 우려에 대한 마지노선을 제시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영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수준이 유지될 경우 컨센서스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DB금융투자는 "재고와 인센티브는 지속 상승하겠지만, 미국에서의 하이브리드 경쟁력과 신차(팰리세이드) 효과를 고려하면 실적 가이던스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아 실적에 대해서는 삼성증권이 "지난해 하반기 기저효과와 신공장 가동, 내년 1분기까지 10개 차종을 출시한다는 점에서 연중에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으며, 신영증권은 "올해 인센티브 상승을 우호적 환율 효과와 더불어 볼륨효과를 얼마나 만회하느냐가 관건인 가운데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는 텔룰라이드 신차 출시 기대감이 형성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밝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투자회수 사이클에 진입하는 본격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전장부품 및 비(非)현대차그룹(논캡티브) 물량의 매출 성장이 본격화되고, 순정부품 수요 증가에 따른 AS의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수주 목표인 74억5000만달러에 더해 지난해 논의가 지연된 핵심부품 논캡티브 대규모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수주액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익 하락, 주주환원 '예정대로'…배당금 늘리고,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현대차그룹 3사는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이 다소 위축되겠지만, 주주환원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축적해 둔 만큼 기 수립한 배당 확대 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현대차는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금으로 보통주당 총 1만2000원을 지급한다. 전년 1만1400원과 비교할 때 5.3% 인상됐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는 매 분기 보통주 1주당 2500원, 연간 기준 최소 1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우선주 디스카운트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해 TSR 35%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대차는 올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빨라야 오는 5월 이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관련 법상 매입이 끝나고 3개월이 지나야 추가 매입할 수 있다.
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기아는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주당 65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아의 지난해 TSR은 33.3%로 나타났다. 배당으로 전년 대비 16.1% 늘어난 주당 6500원을 지급하며, 자사주 매입·소각의 경우 40% 상향된 7000억원 규모로 진행했다. 올해 TSR로 35%를 제시한 만큼 주당 최소 7000원의 배당금을 실시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증권가에서는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1조원 상당일 것으로 예측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TSR 종전 20%에서 30%로 확대 ▲연내 매 반기 자사주 매입 ▲기 보유 자사주 소각 등을 발표했다. 지난해 실적 배당으로는 중간배당 1000원과 결산배당 5000원 총 6000원으로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는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소각 가이던스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규모를 지난해 1630억원에서 올해 5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거나, 주당 배당금을 1만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현 주가 수준에서 최소 5% 수준의 배당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으며, 남주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서 주식수가 줄어든 만큼 주당배당금(DPS)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