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위기 넘는 현대차그룹
트럼프 돌파구…맨파워·현지생산·합종연횡
외국인 CEO·외교통 등 영입, HMGMA로 다차종 유연 대응…GM·구글 협력 강화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쌓아 올리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완성차 시장 전반으로는 전기차 판매 부진 현상이 지속 되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은 고조되는 실정이다. 현 상황을 '퍼펙트 스톰'(복합적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이라고 진단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고객 뿐 아니라 주주와 시장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위기 돌파 전략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 대응을 위해 다각도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출범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전문경영인(CEO)을 발탁한 데 이어 미국 국무부 출신의 성김 사장을 영입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강력한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에 맞춰 현지 투자를 강화할 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 트럼프 고관세 우려 현실로…20% 부과땐 연간 영업익 19% 감소


6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의 주요 무역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한시적으로 보류했다. 트럼트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 통화한 결과 관세 부과 기간을 유예하는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가가 한 달간 미룬 것일 뿐, 추가 관세 자체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트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이미 15%의 추가 관세를 붙이기 시작한 점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만약 캐나다·멕시코로의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매년 조(兆)단위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 판매하는 차량 중 멕시코 공장 비중이 0.4%로 미미한 수준인 만큼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아는 미국 판매의 18% 가량을 멕시코에서 조달하는 터라 연간 약 1조원 상당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 현황. (그래픽=신규섭 기자)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과 관련한 관세는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본 10%,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매긴다는 공약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총 225만8026대를 수출했는데, 이 중 45%인 101만5005대를 미국으로 보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공장에서 수출용으로 생산한 차량 2대 중 1대는 미국으로 간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20%를 대입할 경우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최대 19% 위축될 것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친환경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명령에 따라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폐지 검토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자금 지출 중단 등을 지시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3개 차종이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위기감을 높인다.


◆ 미국 시민권자 CEO·국무부 출신 영입…현지 생산 늘리고 미국 기업 협력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중국과 함께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총 598만142대를 판매했으며, 미국에서만 170만8293대(29%)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 10.7%로, 2022년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경영진의 맨파워를 활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대표이사를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스페인 국적이지만 미국 시민권자다.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하며 북미 지역 호실적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북미 시장 경험을 보유한 만큼 현지 시장 변화에 잘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김 사장도 있다. 주한 미국대사 출신의 성김 사장은 국제 정세에 정통한 전문가이자 미국 국무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국무부 은퇴 후 현대차 고문을 맡아왔으나,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합류했다. 성김 사장은 글로벌 대미협력을 총괄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대표와 성김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열린 축하 만찬에 참석하는 등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15억원)을 기부하며 현 집행부와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그룹 미국 수출 현황. (그래픽=신규섭 기자)

현대차그룹은 현지 투자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위기를 넘는다는 구상이다.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착공을 시작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약 20조원의 비용이 투입된 HMGMA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달 아이오닉5 1006대가 생산됐으며,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9도 양산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HMGMA에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HEV)를 병행 생산하는 식으로 현지 생산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궁극적으로 현지화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관세 영향력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범위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미국 1위 완성차 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와 승용·상용차 및 내연·전기·수소차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1분기 중으로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GM과의 협업으로 일차적으로 원재료 구매에 대한 시너지가 가장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완성차 업체간 협업에 따라 공동 양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원가 절감 뿐 아니라 관세 부담을 완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과 12월에는 각각 구글의 자율주행 기업인 웨이모, 구글맵스와 파트너십을 맺었을 뿐 아니라 아마존과의 전략적 협력에 따라 최근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차량 판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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