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대덕전자가 주력 사업인 패키지기판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올해도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상반기까지는 매출이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AI 가속기향 MLB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덕전자는 지난해 매출 8921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 대비 매출은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52.6%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60억원을 내며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 전환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스마트폰, PC 고객사들의 강도 높은 재고조정이 기인했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되는 메모리향 패키지기판 물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메모리향 패키지기판의 수요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됐던 비메모리향 FC-BGA 기판 사업도 전기차 시장 정체로 매출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수주 감소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대덕전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FC-BGA 캐파(CAPA, 생산능력) 증설에 5400억원을 사용하는 등 생산량을 급속도로 확대한 바 있다. 이 상황에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생산 수량이 줄어들자, 단위당 제조원가가 상승해 적자를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덕전자의 가동률은 2021년 89.96%→2022년 86.56%→2023년 81.90%로 매년 감소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동률은 75%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역대급으로 한파를 겪었던 2023년 3분기(79.87%) 대비 4.87%p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당초 준비 중이던 CAPA 투자 속도도 조절하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최근 2700억원 규모의 FC-BGA 시설투자 시기를 지난해 말에서 2027년 말로 3년 미뤘다. 대덕전자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캐파를 늘리면 적자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해,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지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이 회사의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이 360억원 수준이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직전년(1970억원) 대비 81.72% 감소한 수치다.
지난 연말 수주 흐름이 바닥을 찍어 더 내려갈 여지는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지만, 주요 고객사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패키지 기판이 전체 매출의 약 85%를 차지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로서는 이 회사의 고다층 메인보드 기판(PCB)인 MLB가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MLB는 기판을 18층 이상으로 쌓아 올린 고밀도 회로 기판으로,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5G, 서버, 네트워크 등에 주로 사용된다. 수요는 견조하다는 평가지만, 아직 매출은 연 1000억원대에 불과하며 수익성도 기존 패키지기판보다 낮은 7~8%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I 가속기향 MLB의 경우 단기간에 가시적인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과거 회사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사업을 철수했던 HDI 관련 노하우를 MLB에 적용해 기존 적층방식보다 데이터 효율을 2배 이상 개선한 기판이다. 기판을 30층 이상으로 쌓아 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이익률은 10%대를 넘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첫 고객사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로 추정된다. 지난해 샘플 납품 및 퀄 테스트까지 모두 완료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덕전자가 예비 고객사와 AI 가속기향 MLB의 양산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들었다. 올 1분기부터 양산 개시와 함께 매출도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MLB 매출은 지난해 1225억원에서 올해 1648억원으로 직전년 대비 34.5%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회사는 AI 가속기향 업체 외 추가로 거래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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