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단골' SK그룹, 핵심 계열사 실적부진 영향은
SK온 회사채 발행여부 '저울질'…그룹 차환물량 국내 최대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6시 1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SK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줄이어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우량한 신용도와 지원가능성을 바탕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열띤 반응을 이끌어내던 SK그룹이지만 최근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배터리 회사 SK온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온(A+)은 회사채 발행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오는 6일 수요예측을 실시하는 LG에너지솔루션(AA0)의 시장 반응을 보고 이번 발행을 결정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고비를 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흥행이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SK온은 사전에 시장 분위기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부진한 실적이 SK온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누적 76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동기(5632억원 손실)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연간 기준으로 1조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부장)

SK온은 회사채 발행에 앞서 지난달 신용평가사에 신용등급 평가를 요청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SK온이 발행하려는 회사채에 대한 본평가를 진행한 결과 모두 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수요예측에 나서 무난하게 발행을 마무리한 SK텔레콤, SK센트릭, SK가스는 모두 AA급 이상의 우량한 신용도를 보인다"며 "AA급 이상의 회사채는 실적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지만 A급 이하 회사채의 경우 실적에 따라 수요가 부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발행에 임한다는 방침이지만, 신용등급이 2노치(notch)나 차이나는 만큼 결과는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약 7조41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했다.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사업 등의 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금을 차입금으로 조달한 결과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약 6조25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국내 그룹 가운데 차환 물량이 가장 많다.


SK온 뿐만 아니라 SK 계열사들은 차환을 위해 줄이어 회사채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SK매직(A+)은 7일 회사채 1000억원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선다.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할 가능성이 있다.


SK에코플렌트(A-)도 오는 20일 수요예측을 실시해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A급 계열사인 SK디스커버리(A+)도 17일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약 1000억~2000억원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우량한 자회사로는 오는 12일 SK리츠(AA-)가 1500억~30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한다. 민간기업 초우량채인 SK텔레콤도 다시 회사채 발행에 나서 최대 4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리밸런싱' 작업에 나서면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올해 초에만 1조원 이상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차환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는 6월경 SK스페셜티의 지분 85%에 대한 매각대금 2조7000억원이 SK로 유입되면 이를 회사채, CP 상환에 쓰면서 재무안정성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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