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빼앗긴 삼성에게도 봄은 오는가
삼성 괴롭힌 10년의 사법리스크, 이제는 족쇄 풀어줘야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08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삼성의 지나간 10년은 길었다.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옥죄던 사법리스크는 매서운 눈바람으로 변해 삼성을 겨울로 내몰았다. 잃어버린 10년이다. 이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재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삼성에 쌓인 눈이 녹기엔 시간이 걸린다. 봄이 오더라도 지독한 꽃샘추위가 시샘을 하기 때문이다.


오너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은 크게 위축됐다. 주요 결정을 앞두고 늘 여론과 사법부의 눈치를 봤다. 삼성에 대한 국민과 여론의 잣대는 호랑이 보다 무섭고 사나웠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과감한 대형 투자도 섣불리 결단 내리기엔 생각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결국 살얼음판을 걷는 글로벌 경쟁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다 보니 경쟁자들의 추격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현재 삼성이 처한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향후 1~2년 사이에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통신(IT) 제품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예전의 지위를 되찾기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30년, 40년 후 삼성전자는 전자라는 이름이 사라질 수도 있다. 과거 노키아, 소니처럼 삼성전자가 전자 사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침몰할 수도 있다. 삼성이라는 회사가 전자 사업부가 사라지고 바이오와 금융만 남는 '삼성 후자'가 될 수도 있다. 


올해 삼성전자가 10나노 6세대 D램 공정인 1c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마저도 실패하게 된다면 더 이상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는 곧 AI(인공지능) 시대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경쟁력 악화로 인한 현금창출력 부족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시 제품 경쟁력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가 흔들린다면 스마트폰, 가전, TV, 디스플레이 등 나머지 사업도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의 제조업의 위기로도 이어진다.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태계는 중국의 위협으로 흔들린지 오래다.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에게 패권을 내주면서 수많은 디스플레이 소부장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일거리가 사라져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고, 회사 매각을 고민하는 중소기업 오너들이 늘어난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도 패키징 업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제 우리는 삼성을 괴롭힌 '10년의 사법리스크'라는 족쇄를 풀어줘야 할 때다. 단순히 삼성이라는 기업이 위축되고 흔들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받치는 삼성이라는 그룹의 제조업 생태계가 흔들리는 것이다. 재판의 판결이 났으면 이제는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을 응원하고 지지해줘야 할 때다.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푼 이재용 회장도 이제는 삼성이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금 정면으로 마주해야한다. 삼성 내부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동안 사법리스크로 인해 위축됐던 경영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신중하게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된다. 이재용 회장이 이끌어갈 '삼성의 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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