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D램, 레거시 '감산' 하이엔드 '집중'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로드맵 공개를 통해 가격 하락 폭이 가파른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요 모멘텀(상승 동력)이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 레거시 제품 위주로 구성된 제품 믹스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D램, 낸드플래시 등 시장 수요에 맞춰 레거시 제품 비중을 낮추고 선단 공정 기반 HBM, DDR5, LPDDR5X, GDDR7,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레거시 D램, 낸드 등 가격 하락 폭이 가파른 레거시 제품 비중을 대폭 줄인다. 삼성전자 D램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DDR4, LPDDR4 등 레거시 D램은 수익성이 저조하고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어 판매량이 줄어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올해는 삼성전자의 레거시 D램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낸드의 경우 주요 응용처의 수요 둔화가 두드러지며 업황 부진이 D램 대비 유난히 길게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간 한 자릿수 중반 퍼센트로 하락했던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이 올 1분기에는 10% 이상의 낙폭을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낸드 공급사들의 감산 기조 확산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공급 부족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도 선단 낸드로의 공정 전환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낸드는 서버향 V7 QLC SSD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V6에서 V8의 공정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며 "싱글 스택인 V6에서 더블 스택인 V8으로 공정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비 더 많은 설비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 생산 비트그로스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HBM의 공급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데이터센터 및 빅테크의 AI향 투자가 지속돼 수요가 견조하며, 통상적으로 수익성도 레거시 D램 대비 5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공급사마다 차이는 있으나, 시장에서는 HBM으로 최대 60%의 영업이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HBM3e 8단·12단 제품을 양산 판매하고 있다. HBM3e 매출이 전작인 HBM3를 넘어섰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HBM3E 개선(커스터마이징) 제품도 계획대로 준비 중"이라며 "일부 고객사에 올 1분기 말부터 양산 공급할 예정이나, 가시적인 공급량 증가는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HBM인 6세대 HBM4 준비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에 맞춰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HBM4와 HBM4e 기반의 커스텀 HBM 과제들도 고객사들과 기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출혈이 컸던 파운드리 부문도 수익성 제고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는 2나노 공정 양산을 안정화해 주요 고객사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4나노 공정에서도 설계 인프라 강화를 통해 모바일과 HPC 수요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노미정 삼성전자 파운드리 상무는 "올해는 AI∙HPC 분야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5나노 이하 선단 노드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머추얼(성숙) 공정 분야에서는 내장형 M램(eM램) 등 스페셜티 공정 사업화를 추진해 응용처를 다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업 로드맵도 공개됐다. 올해도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수요는 정체되고 있으나,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채용 비중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아진 수요와 함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경쟁력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할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8.6세대 IT OLED 양산을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며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TV는 고휘도 등 성능 우위로 프리미엄 입지를 강화하고, 모니터는 160PPI, UHD 등 신제품으로 게이밍 수요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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