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존 AI 반도체 공급업체 주가는 하락하는 반면 네이버 등 소프트웨어 관련 주식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AI 산업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위주 성장을 이뤄온 국내 반도체 업계에 중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상존한다. AI 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본격적인 도약기에 접어들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딥시크가 출시한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이 오픈AI의 추론 AI 모델 'o1' 기능을 일부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글로벌 증시가 뒤흔들리고 있다. 앞서 AI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27일(현지시간) 17%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충격파는 국내 업계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31일 오전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10.7% 폭락한 19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낙수 효과를 누려왔지만 이번 딥시크 충격파에 주가 동반 하락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같은 시각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주도 함께 급락했다. 딥시크가 AI 모델 개발에 저사양 칩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프리미엄 경쟁을 향한 기대감이 일시적으로 후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프트웨어 대표주인 네이버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31일 오전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5% 이상 상승하며 21만원 중후반대를 유지 중이다. 딥시크가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구현하면서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관심이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공식을 깨면서 업계 전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셈이다. 이에 대해 송명섭 아이앰(iM)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업체들은 대규모 지출보다는 효율적인 투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메모리 위주 성장을 이뤄온 반도체 분야 역시 중장기적으로 반등을 이뤄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오히려 딥시크가 AI 반도체 시장 규모를 한층 키우면서 향후 국내 반도체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셈"이라며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기 위해 한국 반도체 기업 규제를 확대하고 보조금 지급을 한층 숙고하며 산업군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는 시기인 만큼 공급망 다양화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이번 딥시크 충격파에 주목하며 발빠른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국가 차원의 규제 혁신과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멀리 앞서 가던 미국의 AI 거대 빅테크를 중국의 스타트업이 이토록 일찍 따라잡은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도 중국처럼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로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미국처럼 혁신이 필요한 영역은 금지된 행위만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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