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신차 대수가 줄었음에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이브리드(HEV) 등 대당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차종의 판매가 확대된 점이 주효했다.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지난해 ▲도매 판매 414만1959대 ▲매출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 14조2396억원 ▲경상이익 17조7814억원 ▲순이익 13조22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도매 판매 실적의 경우 전년(421만6898대)보다 1.8% 감소했다. 지난해 북미와 중남미, 인도, 러시아, 기타 권역에서는 판매 대수가 늘었지만 국내를 포함해 유럽, 중국에서의 판매가 역성장한 영향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북미 권역에서 도매 기준 총 119만1000대를 판매했다. 전년(108만4000대)보다 9.9% 증가한 숫자다. 인도와 중남미 권역에서 각각 전년 대비 0.5%, 3.5%씩 늘어난 60만8000대, 31만5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경우 6.3% 늘어난 5만4000대를, 기타 지역에서는 0.2% 성장한 53만2000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판매 감소세를 방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기간 국내에서 7.5% 축소된 70만5000대를 파는데 그쳤을 뿐 아니라 중국에서는 무려 47.6% 급감한 12만8000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유럽 역시 4.2% 뒷걸음질친 60만9000대를 팔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차가 적게 팔고 많이 버는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4년 연속 최대 매출 경신이다.
현대차가 '양보다 질'의 사업구조를 갖출 수 있었던 주된 배경에는 선제적인 친환경차 전환에 따라 주요 권역별로 적재적소의 신차를 투입한 점이 주효했다.
세부적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75만7191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는데, 전년 대비 8.9% 늘었다. 성장세가 가장 많이 두드러진 것은 HEV다. HEV는 2023년 37만4000대에서 지난해 49만7000대로 32.9%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친환경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9%에서 12%로 3.1%포인트(p) 상승했다.

고부가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제네시스 판매 확대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차종별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SUV차급은 전년보다 2만6000대(1.1%) 늘어난 232만5000대였으며, 제네시스는 8000대(3.6%) 확대된 23만1000대로 집계됐다.
다만 수익성의 경우 매출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감소한 14조23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인센티브가 증가한 데다 기말 환율 급등으로 판매보증충당금 규모가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환율 차입분이 영업이익에 일시적으로 인식됐다"며 "향후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면 충당부채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북미 시장의 대당 인센티브는 평균(1300달러)보다는 낮지만 대당 500달러가 증가했다"며 "유럽도 매크로 악화로 인센티브 집행이 증가하면서 마이너스(-) 인센티브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부사장은 "올해 국내는 물론 미국 신정부 출범, 유럽의 연비규제 강화 등으로 대내외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강화되고 있지만 호세 무뇨스 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면밀하게 시장 환경 변화와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도 체질 개선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례가 있다"며 "올해도 불확실성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연간 도매 판매 목표를 417만대로 설정했다. 또 전년 대비 연결 매출 성장률 목표는 3.0~4.0%로,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는 7.0%~8.0%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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