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巳年 인터뷰]
양종서 박사 "中 71%, LNG선 수주 취해선 안돼"
조선업=안보산업…"정부, 과감한 지원 위해 보조금 검토해야"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9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출처=최유라 기자)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조선업은 안보산업이다. 조선업을 상업적인 관점에서 수출 업종 중 하나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그 목적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조선업에 손을 내민다고 기뻐만 해서는 안 된다. 중국과의 점유율 격차는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고 핵심 인력은 빠르게 이탈 중이다. 조선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도 적극적인 보조금 검토와 인력양성을 지원해야 한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박사)의 말이다.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최근 몇년간 급격히 상승했는데,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기대감에만 취해 있어선 안된다는 직언이다. 


국내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했지만 조선업은 호황기를 맞으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조선사가 일감을 두둑이 쌓으면서 당분간 일감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조선업에 몸담은 그는 안주해선 안 된다며 정부와 업계에 애정을 어린 쓴소리를 던졌다. 


실제 그 현실을 들여다 보면 안심할 수 없다. 영국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전 세계 발주되는 선박의 30%(한국 29.4%)를 가져오던 우리나라는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점유율이 17%(2024년)로 급격히 떨어졌다. 같은기간 중국은 32%에서 71%로 두배 이상 상승했다. 


미·중간 패권경쟁은 기존 자유무역 기조를 버리고 자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 주요국은 자국 산업 경쟁력이 국가 경제 및 안보와 직결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경쟁국 견제를 강화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조선업과의 격차는 점차 멀어진 데다, 가스선 수주편중도 심화하고 있다. 양 박사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조선업의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양종서 박사와의 일문일답. 


=2024년 한해 조선업 시황을 총평하자면. 


조선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해운업을 얘기 안 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말 후티반국의 선박 공격으로 시작된 홍해 사태로 선박들이 항로를 우회하고 있다. 운항 빈도도 줄면서 선복량(선박공급)이 부족해 해상 운임이 상승했다. 당초 지난해 초만해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기저효과로 발주시장이 전년 대비 둔화할 것이란 분위기였다. 하지만 홍해 사태 장기화로 LNG선, 컨테이너선, 탱커 구분 없이 운항 수요가 증가했고 그 결과 운임을 끌어올렸다. 선복량이 부족한 탓에 발주량이 예상보다 늘었다. 


=예상 못 한 발주도 있었다. 2만TEU급 메가 컨선 20척,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감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 2만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이상 컨선 20척이 발주됐는데 한 척도 우리나라 조선사에 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조선업 기술 완성도가 높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모두 중국 조선소로 간 점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중국 조선소 얘기를 좀 더 해보면 중국의 점유율 확대가 심상치 않다. 2015년만 해도 한국, 중국, 일본이 조선 3국으로 불리며, 글로벌 발주시장을 주도했다. 그해 전 세계 수주점유율은 한국 29.4%, 중국 32.3%, 일본 26.1%로 치열한 접점을 벌였다. 하지만 중국의 점유율이 2020년 40%, 2021년 50%를 돌파하더니 지난해 71%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조능력이 줄어들지 않았으니 점유율 30%를 가져가는 게 맞는데, 현재는 2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메가 컨선 수주에도 밀려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일련의 사안으로 한국 조선업 경쟁력이 저하된 것처럼 느낄 순 있다. 하지만 이는 갑자기 부각된 것이 아니다. 10여년전부터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해양플랜트 사업 실패로 오랜 시간 적자를 냈다. 과거 10년간 적자를 내다가 흑자전환한 것이 최근 1~2년 정도다. 조선업이 장기불황을 겪자 한국은 채권은행 주도로 인력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선업은 기업 부실에 따른 연쇄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부실의 전염 리스크를 막고자 적정 수준의 산업 규모만 가져가도록 규모를 축소했다. 


물론 중국도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을 겪었는데, 이때 70여개 조선사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맞서면서 자국 조선업을 키울 대표선수를 추린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차이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애초에 중국은 우리나라와 산업 구조조정 목적부터 달랐고 그 지원 규모도 남달랐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2025',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차세대 선박 등 연구개발(R&D)은 물론 생산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대대적으로 지원했다. 사세 확정도 거침없다. CSSC와 CSIC를 합병해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조선업 대표선수인 조선 빅3가 있었지만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했고 숙련공도 대거 이탈하면서 오히려 경쟁력 하향의 길을 걸어왔다. 


=숙련공의 빈자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채웠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혐오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럽지만, 현재 우리나라 조선업의 문제는 비숙련공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건조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무분별한 구조조정이 문제였다면 단기적으로는 숙련공 부재가 뼈아프다. 과거부터 쌓인 구조적인 문제가 비로서 지금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 장벽으로 소통의 문제가 생기면 생산 시스템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품질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는데, 우리는 최근 2~3년간 비숙련공이 늘면서 품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메가 컨선을 수주 못하고 중국의 점유율이 상승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선박 가격은 중국보다 우리가 더 높은데, 품질이 떨어지니 선주 입장에서 굳이 우리나라에 발주할 이유가 없어졌을 것이다. 


=LNG선 수주량이 많으면 다른 선종 수주가 없어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LNG선 발주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LNG선 수주에 편중되고 있다. 벌크선 시장은 일찍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며 포기했지만 탱커선과 컨선 시장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LNG선 발주량이 과거에 비해 두 배 늘었다. 그래봤자 과거 연 20~30척 발주되던 선박이 50~60척 수준으로 늘어난 것일 뿐이다. 여전히 컨선과 탱커선 발주시장이 압도적으로 크다. 


무엇보다 이미 지난해 가을, LNG선 스팟(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이 급격히 떨어졌다. 통상 겨울철을 앞두고 가을에 스팟운임이 치솟지만 지난해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볼 정도로 운임이 둔화했다. 그만큼 물동량에 비해 시장에 투입된 선복이 많다는 의미다. 카타르 LNG선 발주 프로젝트도 끝났다. 올해는 LNG선 발주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텐데, 선종 다변화가 시급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우선 긍정적인 점은 미국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방산 즉 특수선 분야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 수주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한국 조선사 생산능력을 미국발 일감으로 일부 채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먹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우리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간과해서 안 되는 점은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을 통해 선체 유지보수뿐 아니라 무기체계 유지보수까지 모두 수주해야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존스액트법(해상운송법)으로 인해 외국 조선소에서 해군 군함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가 미국 선박을 건조 및 수리하려면 이 법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보다 적극적인 협업 의지와 법안 수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은 


숙련공의 이탈이 컸으니 내국인 숙련공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당장 선박 건조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조선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내국인을 키워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숙련공이 은퇴하기 전에 숙련공을 양성해 부족한 인력을 대체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보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보조금 지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불공정 무역 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지나치게 눈치를 본다. 중국을 비롯 다른 국가들은 조선업 발전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앞세워 지원한다. 그에 반해 한국 조선업계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조선업을 그저 선박 수출로 한국경제에 돈을 벌어다 주는 산업이 아니다. 안보산업이다. 중국의 경우 일찍이 자국 조선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왔다. 미국에서도 조선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자국우선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자국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멀게는 국가의 경제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가안보를 위해 조선업 경쟁력 유지해야 한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프로필.(그래픽=신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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