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X세미콘이 핵심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가 납품업체 다변화를 시도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신규 고객사 찾기에 애를 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고객사지만 최근 대만 협력사와 손을 잡았고,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 진입도 아직까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엔드 DDI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중국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할 계획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지난해 매출 1조8625억원, 영업이익 187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4%로 소폭 하회했으나, 영업이익은 45.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7.4% 늘어난 1492억원으로 예상된다. 주요 고객사향 공급 정상화에 따른 기저효과와 달러 강세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LX그룹으로 편입됐을 당시와 비교하면 수익성에 있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2020년 94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계열 분리가 이뤄진 2021년 3696억원, 2022년 3106억원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가 '반도체 한파'였던 지난 2023년 1290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영업이익이 꺾인 이유는 핵심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납품 업체 다변화 영향이다. 기존에 LX세미콘으로부터 100% 공급받던 애플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공급처를 지난해 대만 노바텍으로 확대했다.
또 디스플레이 업황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LG디스플레이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 움직임을 가속화한 것도 이유다. 노바텍 주문 물량이 인식된 지난해 3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의 DDI 원재료 매입액은 5508억원으로, 직전년 동기(7157억원) 대비 23.04% 줄었다. LX세미콘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이 회사의 전략 변경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품질 승인 지연 이슈까지 겹쳐 납품 물량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신모델용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제품 테스트 승인이 지연되면서 납품 시기가 한 분기 밀렸다. 지난해 3분기 원재료 매입액이 직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가량 줄어든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POLED에 투입되는 12인치 웨이퍼는 하이엔드 파운드리에서 생산해야 해 (중저가용인) 8인치 웨이퍼보다 생산 단가가 높은데, 이번 승인 지연으로 해당 분기 매입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
업계 한 관계자는 "LX세미콘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당초 계획했던 시기를 넘겼다"며 "지금은 모든 문제가 해결돼 원활하게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이 정상화된 기저 효과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인식돼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IT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제품 단가가 낮게 책정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LG디스플레이는 당분간 납품업체 다변화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DDI를 공급할 만한 고객사를 찾기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LX세미콘과 2023년부터 삼성 스마트폰 패널용 DDI 개발을 위해 협력해왔으나, 아직 공급망으로 엮이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내 시스템LSI 사업부가 있는데, (이 사업부와 경쟁 관계인) LX세미콘에 수주를 주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양사의 개발 협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모멘텀도 아직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LX세미콘은 중국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 물량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도 하이엔드 DDI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업황 부진으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 중국은 투자를 더욱 가속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OLED 사업을 전반적으로 잘하려는 것을 넘어 특정 제품군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려는 차별화 전략이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X세미콘은 하이엔드 DDI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만큼 노하우를 갖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마냥 장밋빛 전망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맥스, 레이디움 등 DDI 사업을 굉장히 잘 하고 있는 대만 팹리스 업체들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며 "또 하이엔드 기술이라고 해서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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