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투자자산운용김기현 대표, 실적 호전에도 'ETF' 먼 길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고사성어를 '작심삼일도 300번 하면 3년'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흘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을 되새기면서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 신임 CEO의 '작심일년'을 들여다보려는 것 역시 긍정적인 해석과 결을 같이한다. 신임 CEO가 처음 세운 경영목표를 지난 1년 동안 추구한 결과를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다음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김기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가 임기 첫해 수익성 지표 반등을 이끌어냈다. 2024년 3월 전임자인 김성훈 전 대표(현 DS자산운용 대표)의 사임으로 다소 급작스럽게 취임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다만 김 대표가 신경을 썼던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순위는 올랐지만 시장점유율 자체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24년 별도기준 양호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직접 운용하는 펀드 운용자산(AUM)이 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영업수익 및 영업이익 확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공‧사모펀드 순자산총액은 2024년 말 44조842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8%(2조8691억원) 증가했다. 주식‧채권을 비롯한 증권은 물론 여러 자산군 투자가 고르게 늘어나면서 주력 수익원인 펀드 운용보수도 증가했다.
실제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2024년 3분기 누적 별도기준 펀드 운용보수는 4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2%(5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2%(45억원) 증가한 217억원, 순이익은 5.1%(8억원) 늘어난 162억원이었다.

이런 실적 호조는 김 대표에게 나름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그가 취임했을 당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23년 실적이 전년보다 대체로 악화되면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2023년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813억원으로 전년대비 9.7%(87억원), 영업이익은 227억원으로 16.5%(45억원), 순이익은 193억원으로 1%(2억원) 각각 감소했다. 이를 의식한 듯 키움투자자산운용도 김 대표 취임 보도자료에서 시장 지배력 강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기존에 강점을 지닌 채권을 중심으로 전통자산 펀드 및 투자일임 운용자산을 불리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이달 16일 기준 채권 운용자산 총액은 16조49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6874억원) 증가했다.
나아가 대체투자(부동산‧특별자산‧혼합자산)와 해외투자 확대 역시 지속 추진하고 있다. 앞서 김 대표가 취임했을 당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부문의 다양한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16일 기준 대체투자 운용자산 총액 8조9392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6%(1455억원) 늘었다. 전통자산보다 증가폭은 적으나 2024년 11월 아시아 사모대출기업 SC로위 펀드에 투자하는 신규 펀드 조성 등 대체‧해외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다만 김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관심을 뒀던 ETF 사업 강화와 관련해 2024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 대표는 2024년 5월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이전에는 멀티에셋운용본부 아래 있던 ETF운용팀을 ETF사업부에 편입했다.
이로써 ETF사업부는 산하에 마케팅팀, 컨설팅팀, 운용팀을 모두 두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업무과정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전체 ETF 순자산총액이 16일 기준 3조874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3%(1조2272억원) 늘기도 했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성과와 아쉬움이 동시에 남는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16일 기준 ETF 시장에서 점유율 2.1%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동기의 경우 점유율 2.2%로 7위였다. 순위는 한 계단 올랐지만 점유율 자체는 0.1%포인트 떨어졌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2025년 초에 'KOSEF'와 '히어로즈'로 이원화됐던 기존 ETF 브랜드를 'KIWOOM'으로 단일 리브랜딩한 점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모기업 키움증권 이름과 같은 브랜드를 사용해 개인투자자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뜻이 엿보여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ETF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상품 경쟁력 강화, 마케팅 활동 결집을 위한 새 분기점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채권에 치중됐던 ETF 투자자산을 미래산업이나 배당 관련 주식을 비롯해 모든 자산군으로 넓히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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