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현대해상이 주가 관리 방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20년 넘게 안정적으로 배당을 이어가며 투자자에게 꾸준히 수익을 안겼다. 하지만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배당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해상 주가는 지난 15일 2만5950원에 거래를 끝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말(2만4000원대)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8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3만7000원대를 넘보던 상황에 비춰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현대해상 주가는 지난해 11월 2만원대로 내려앉은 뒤로 꾸준히 하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11월21일 2만7000원대로 낮아졌고 12월5일에는 2만6000원대도 깨졌다. 결국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은 2만47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2개월 사이의 주가 하락은 배당 전망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증권가에 현대해상의 2024년 배당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 발표한 현대해상 투자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3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계속되는 예실차 손실로 인한 실적 측면의 불확실성과 배당가능이익 부족에 따른 주주환원 측면의 불확실성 등 두 가지를 투자 리스크로 제시했다.
현대해상의 배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은 11월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11월 들어 현대해상이 금융당국이 마련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방안의 적용 대상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배당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증권가 연구원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2023년 보험사 회계기준이 IFRS17로 바뀌면서 마련됐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한 번에 계약이 대거 해지될 시 계약자에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의 부족분을 쌓도록 조치했다.
보험사들은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증가할수록 배당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4조4300억원 정도로 1년 사이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요구가 보험사 안팎에서 높아지는데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으로 배당가능이익이 축소되는 점과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전액 과세표준에서 제외돼 회계상 이익 대비 과소납세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9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제도개선방안의 핵심은 자본건전성 기준을 충족한 보험사에 대해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본건전성 기준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비율) 200% 이상으로 현대해상을 포함한 다수 보험사가 적용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해상의 킥스비율은 170.1%로 삼성화재(280.6%), DB손해보험(228.8%) 등 경쟁 보험사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여기다 지난해 말 기준 킥스비율은 15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은) 당분간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이고 3~4세대 실손보험료 인상이 반영되면서 예실차 부담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그 결과가 킥스비율에 반영되고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당초 꾸준한 배당과 높은 배당성향 등이 투자자를 끌어당기는 한 가지 유인이었던 만큼 현대해상은 주가 관리 방안을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공통의 의견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사주 비중이 12.28%에 이르지만 자사주를 소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자사주를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현대해상은 2001년 이후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주들에게 수익의 일정 부분을 돌려줬다. 최근 배당성향을 보면 2021년 26.8%, 2022년 26.8%, 2023년 26.6%로 20% 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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