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테크 공습]
"미국 제재, 오히려 중국 반도체 자립 기회"
"중국, 성숙공정 성장…삼성·SK, 미국 압박에도 실익 고려할듯"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15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인 무룽쑤쥐안은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시 글로벌 PNG 본사에서 딜사이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지하기자)


최근 중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하며 한국의 주도권을 위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미 중국이 LCD에 이어 OLED 시장까지 노리고 있고, 반도체는 범용 제품 시장을 공략하며 삼성전자를 옥죄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한국 전기전자 산업의 미래와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향방을 들여다보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전문가들을 직접 만났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의 기술 자립 현황과 성장 전략을 조망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베이징=신지하 기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오히려 중국의 자립과 기술 혁신에 더 집중하게 한 기회이자 계기가 됐다. 초기에는 미국 주도의 견제 영향력이 컸지만 중국은 이제 반도체 성숙 공정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다. 첨단 공정을 대체할 방법도 일부 찾아낸 만큼 앞으로 미국 제재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점차 축소해나갈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인 무룽쑤쥐안은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시 글로벌 PNG 본사에서 만나 "중국은 반도체 기술의 성숙 공정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7나노미터(nm) 미만 초미세 공정은 미국 제재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할 수 없어 실현할 수 없지만 14나노 이상 레거시(성숙) 공정에서는 이미 기술 자립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였다. 특히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나 반도체 관련 제조 장비 등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에 대중 제재 동참을 요구했다. 한편으로는 한국과 일본, 대만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연맹 '칩4'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견제로 첨단 반도체 개발 속도에 다소 제동이 걸렸지만 구형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성숙 공정을 위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SMIC와 화홍반도체 등 중국 파운드리사가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SMIC(3위)의 글로벌 점유율은 6%로, 2위 삼성전자(9.3%)와의 격차는 3.3%포인트에 불과하다.


무룽쑤쥐안은 "중국은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 전반에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레거시 공정은 90% 이상의 반도체 칩 수요를 커버할 수 있으며 적용 분야에는 산업, 의료, 자동차, 스마트 단말기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가 이미 5나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능력에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대만 TSMC에서 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3D 패키징 기술, 칩렛 등 경로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의 제재가 처음에는 화웨이와 SMIC 등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이후 제재 기업 수가 계속 확대 돼, 10여개에서 수십개로 늘었고 최근 100여개로 늘었다"며 "개별 기업 제재만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계속 강화되겠지만 중국의 반도체 성장을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반도체 생태계는 이미 형성됐다는 평가다. 


무룽쑤쥐안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강화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우시·다롄 공장에서 D램 40%, 낸드 20%를 생산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중국 시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가 30.7%, SK하이닉스가 23.7%를 기록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중국은 반도체 생산 거점이자 주요 매출처"라며 "미국의 제재 강도가 높아질수록 상업적 관점에서 이들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충격을 받는 수준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중 갈등이 중국에 설립한 공장 운영에 제한을 가하거나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중단을 일으킬 경우에는 심각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지속적인 자립이 가능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과창판과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가 꼽힌다. 과창판은 지난 2019년 미국 나스닥을 본떠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개설된 기술·벤처기업 등 IT 전문 증시다. 2014년 처음 조성된 대기금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로, 현재 3차 펀드까지 조성됐다.


무룽쑤쥐안은 "과창판과 대기금은 중국 반도체의 기술 자립과 생태계 구축을 촉진하는 중요한 도구"라며 "과창판을 통해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가치는 커지고 있으며 1000억원대 시가 총액을 가진 반도체 회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금은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매입해 기업의 성장을 돕는 시장 중심적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최근 3차 펀드는 1600억위안(약 32조원) 규모"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웨이에서 5년여간 근무한 적이 있는 무룽쑤쥐안은 10년 넘게 반도체 기자·애널리스트로 활동해왔다. SMIC 창립자인 리처드 장 등 '芯人物-致中国强芯路上的奋斗者'(칩 인물-중국 강칩 길上的 투쟁자)와 '芯火燎原-芯片人才自主培养探路'(칩 불꽃-반도체 인재 자주 양성 탐로) 등 3권의 저서도 집필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에이전시인 글로벌 PNG는 현지에서 온·오프라인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을 운영하며, 한국 진출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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