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장이 롯데그룹 고강도 쇄신 작업에 선봉장으로 나선다. 신동빈 그룹 회장이 상반기 VCM(사장단회의)을 통해 '고강도 쇄신'을 주문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노 사장을 승진시키며 컨트롤타워 재건에 나섰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노 사장의 쇄신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년 상반기 VCM'을 개최했다. 이날 신 회장은 그룹이 가진 자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그룹이 놓인 어려움을 타파하고 대혁신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이번 신 회장의 발언은 롯데그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강도 높은 쇄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지주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일제히 하향됐고 그룹의 양대 축인 유동과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은 장기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노 사장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을 이끄는 노 사장이 롯데그룹 고강도 쇄신 작업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는 2002년 롯데정보통신에 입사한 뒤 전략경영본부장과 DT(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전략·기획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3년부터는 그룹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완성을 위해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적을 옮겼다.
마침 롯데그룹도 노 사장과 경영혁신실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노 사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경영혁신실의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도 경영혁신실이 계열사의 투자·구조조정·자산유동화 등 구체적인 사업전략을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노 사장은 향후 경영혁신실 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식품군·화학 등 각 사업군을 HQ(헤드쿼터) 체제로 나눠 운영하던 기존 방식으로는 눈 앞에 닥친 유동성 위기와 대외 경영환경 악화라는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비효율 사업을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등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새로 짜일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노 사장의 최우선 목표는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가 될 예정이다. 그 동안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들이 서로 실탄을 지원하며 유동성을 공유해왔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의 신용도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실제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롯데지주에 영향을 미치고 롯데지주의 신용도가 각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를 위해 노 사장은 롯데그룹의 유동성 확보 대책도 직접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발표한 ▲자산재평가 ▲저수익 자산 매각 ▲우량 자산유동화 ▲사업 구조조정 ▲비핵심 계열사 매각 ▲저실적 점포 철수 등 자구책을 공개했다. 특히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현 호텔롯데 대표이사)과 김동하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현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은 알짜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에 배치돼 노 사장의 계획을 직접 실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분석도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노준형 사장에게 힘을 실고 컨트롤타워를 재건한 것은 강력한 쇄신책을 시사한 것"이라며 "그룹의 방향성이 고강도 쇄신으로 귀결된 이상 노 사장의 맡은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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