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프리즘PIE, FI 우려 정면돌파…"상반기 수주 확대 기대"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수요예측을 앞둔 피아이이(PIE)에 붙은 꼬리표는 "미래 성장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라는 얘기다. 피아이이가 공급하는 솔루션이 집중된 2차전지·전기차 시장의 캐즘(수요침체기)이 장기화됐고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마저 냉각된 탓이다. 이미 다섯 차례나 기업가치를 낮춰 책정하며 재무적투자자(FI)들의 거센 저항도 감내해야 했다.
파아이이는 이러한 우려를 정면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해외 생산설비 투자를 계속하는 만큼 피아이이의 매출도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배터리 화재 등 악재를 차단하기 위한 제품 검사장비의 고도화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아이이는 큰 문제 중 하나였던 FI들의 불만을 일단락하며 공모밸류를 한 번 더 낮췄다. 시장 친화적인 접근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뒤 성장성을 입증하며 그동안 끌어내린 기업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GM합작공장 설비투자 개시…대규모 먹거리 발굴 기대
피아이이는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해외 생산시설 투자가 이어지는 동안 매출 성장세도 우상향 곡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피아이이의 수주잔고(482억원)는 지난해 별도 매출액 수준으로 열위하지만 올해 초 주요 매출처인 삼성SDI의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이 계획돼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SDI는 최근 GM 합작 공장의 배터리 제조 장비 공급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장비 협력사를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진행했고 12월 초 전극공정과 믹싱공정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피아이이도 추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피아이이가 주력하는 조립공정은 1월 내 입찰이 이뤄질 예정이다. 피아이이는 설립 후 삼성SDI로부터 매년 꾸준히 매출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프로젝트 입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일감을 얻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피아이이의 조립공정 매출액은 26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436억원)의 61.5%를 차지하는 핵심 분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피아이이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436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삼성SDI로부터 인식한 매출액은 24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56.4%를 차지했다. 삼성SDI의 뒤를 이어 SK온에서 107억원, LG에너지솔루션에서 81억원의 매출액을 인식했다.
삼성SDI향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최정일 피아이이 대표가 삼성SDI 출신이라는 점이 일부 작용했다. 창업 전부터 오랜 시간 네트워크를 쌓아온 것이 사업적으로 연결됐다는 게 피아이이 측 설명이다. 실제로 피아이이는 2020년 10월 삼성SDI헝가리 스택공정 검사솔루션을 수주했고 이를 기반 삼아 12월엔 헝가리 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확장에 나섰다. 해당 프로젝트의 매출을 본격적으로 인식한 2021년부터 피아이이는 매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삼성SDI로부터 거둬왔다.
피아이이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수주잔고가 열위하다고 볼 수 있으나 발주처의 추가 발주와 1월 계획돼 있는 삼성SDI의 GM 합작공장 설비 투자로 올해 충분한 먹거리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빈번해진 배터리 관련 화재 등 악재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제품 검사 절차를 고도화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시장 전체는 위기로 인식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AI) 기반 제품 검수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베터리 너머 첨단산업 전분야로
피아이이는 이번 IPO로 조달한 공모자금 144억원 중 77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피아이이가 개발하거나 사업화 예정인 기술은 ▲산학연계 초음파기술 ▲엑스레이(X-Ray) 검사시스템 등 비파괴검사 솔루션이 주류를 이룬다. 모듈화한 AI비전 및 스마트팩토리솔루션을 새로 개발한 기술에 적용해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최정일 대표는 "주요 고객사의 투자 계획에 맞춘 기술 개발 공동 참여로 미래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2차전지에 머무르지 않고 타산업군에 적합한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의 외관 검사에 머물러 있던 솔루션 영역이 비파괴 내부 검사로 확대되면 반도체 패키징, 유리기판 등 다양한 전략 산업군으로 사업을 넓힐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잇따른 몸값 하락으로 고조됐던 FI의 불만도 어느정도 잠재웠다는 게 피아이이 측의 설명이다. 피아이이는 지난해 4월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했다.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FI의 수익을 고려한 4888억원이었으나 몸값을 과하게 평가했다는 스팩주주들의 지적을 받으며 몸값을 다섯 차례에 걸쳐 낮췄다.
이에 2022년 프리IPO로 15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한 솔리크인베스트먼트는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도 피아이이의 공모 후 시가총액이 1786억원에 머무르면서 투자자의 RCPS 조기상환도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솔리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7월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했다. 조기상환 청구가 현실화 할 경우 피아이이는 대규모 현금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피아이이는 끝내 투자자를 설득하며 상장을 진행하게 됐다. 일단 시장 친화적인 공모가로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자는 전략이다.
피아이이 관계자는 "일각에선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 차이로 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는 투자자 설득을 마친 상황"이라며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자가 최종적으로 동의하면서 상장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시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상장 후에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