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산타 랠리는 불발됐지만 이 기간 테슬라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테슬라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과 테슬라에 투자하는 동시에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 등에 자금이 쏠렸는데, 이 역시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이 굳건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상장된 테슬라 관련 ETF도 주목을 받고 있다.
6일(현지시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번 산타 랠리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테슬라를 2배 추종하는 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TSLL)은 미국 상장 종목 가운데 순매수 결제금액 기준 2위를 기록했다. 7거래일 동안 무려 1억 4362만 달러를 끌어모은 것이다.
또한 타이달 트러스트 II 일드맥스 테슬라 옵션 인컴(TSLY)도 16위에 올랐다. 이 상품은 기초 자산에 투자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커버드콜 ETF로, 테슬라를 기초 자산으로 삼고 있다. 이 ETF는 2723만 달러의 순매수 결제금액을 기록했다.
테슬라 매수세를 주목해야 하는 건 이 기간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산타 랠리가 사실상 무산됐는데, 테슬라에 대한 투자심리만은 여전히 뜨거웠던 것이다. 특히 저가매수 기회로 여긴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산타 랠리는 통상 연말 마지막 거래일과 이듬해 첫 2거래일 동안 증권시장이 상승하는 캘린더 효과의 일종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소비가 활발해지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나타난다.
◆ 테슬라의 상승 동력
테슬라에 대한 투자심리가 뜨거운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 퍼포먼스가 심상치 않기 때문. 테슬라는 3일(현지시간) 기준 지난 6개월간 60%가 넘는 주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상승 곡선은 특히 11월에 들어서며 더욱 가팔라졌다.
테슬라 주가 폭등을 촉발한 건 미국 대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테슬라가 수혜주로 부상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는 자율주행차량 산업에 집중하는 테슬라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기업의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승리에 기여하며 최측근으로 부상한 만큼 이외에도 여러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테슬라도 최근 고꾸라졌다. 테슬라의 2024년 연간 전기차 인도량이 직전 해보다 감소한 영향이다. 연간 인도량이 줄어든 건 테슬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를 낳을 만한 재료였다. 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4분기 인도량이 49만 557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인도량을 계산해 보면 178만 9226대로, 2023년에 기록한 180만 8581대에 소폭 못 미치는 규모다.
이에 따라 테슬라 주가가 급락했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테슬라 주가는 새해 첫 거래일에 6.1% 하락했으나 그다음 거래일에 8.22% 오르면서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테슬라의 가치를 높였던 미래 성장 동력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기대감이 다시 커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낙관론이 되살아났다. 3일(현지시간) 배런스에 따르면,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조지 지아나르키아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298달러에서 404달러로 크게 높였다. 투자의견은 기존과 동일한 '매수'를 유지했다. 그는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로봇, 에너지 저장 등의 분야에서 여러 세대에 걸친 성장 기회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 국내 테슬라 ETF도 약진
테슬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상장된 테슬라 관련 ETF도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록 TSLL과 같은 레버리지 ETF는 없지만, 국내 테슬라 ETF는 다양한 상품 구조를 통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웠다.
기본에 충실한 상품으로는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을 꼽을 수 있다. 테슬라 주식과 국고채를 3대7 비율로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이 ETF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분배금을 자동 재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슬라만이 아니라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가치사슬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Kodex 테슬라밸류체인FactSet은 테슬라와 핵심 밸류체인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이를 통해 변동성을 관리하며 안정성을 높이고, 한편으로는 전기차 산업 성장 국면에서 더욱 큰 수익을 노린다. 이 ETF에는 테슬라는 물론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NXP 세미콘덕터, 전기차용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온 세미콘덕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는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지녔다. 마찬가지로 밸류체인에 집중하지만, 테슬라 레버리지 상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성 종목을 보면 TSLL의 비중이 12% 이상으로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보이고 있다.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상품이라는 의미다. 이 외에도 다른 상품과 달리 액티브형 상품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Kodex 테슬라커버드콜채권혼합액티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ETF로, 테슬라에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월 단위 분배금을 지급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런 점에서는 TSLY와 유사하다. 다만, 포트폴리오의 70% 이상을 채권으로 채우면서 연금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상품은 상장한 지 불과 9개월여 만에 2022억 원의 순자산총액(AUM)을 기록하면서 뜨거운 관심도를 증명했다.
◆ 단일 종목 중심 ETF 관심 커져
이 상품들은 테슬라 주가 상승에 힘입어 좋은 퍼포먼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 종목, 혹은 단일 종목을 중심으로 한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원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점을 이용해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ETF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TF가 개인 투자자들이 활용하기에 최적의 도구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에 발맞춰 시장 흐름에 맞는 상품을 시의적절하게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딜사이트에 "시장의 변화와 투자자들의 니즈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들에게 트렌디하면서도 다양한 자산군과 혁신적 전략을 결합한 ETF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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