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K-ICS비율 개선 도모…보험사, 후순위채 러쉬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2024년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보험사의 후순위 채권 발행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 기조에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발행한 회사채 중 선순위 채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6일 '2024년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보험사의 일반회사채(SB) 발행액은 2024년 4조9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조1480억원과 비교해 334.7%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발행사도 5곳에서 11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보험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전부 후순위채로, 선순위채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후순위채의 경우 자본성증권으로 인정받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만큼 K-ICS비율 개선에 기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ICS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들에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는 100%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2024년에 K-ICS비율 개선에 집중한 배경으로 금리 인하가 예정·시행된 영향이 크다. 금리가 하락하면 자본이 감소해 K-ICS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보험사는 금리 인하 시기에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나 저축성 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줄어든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곧 운용수익률 감소를 뜻해 결과적으로 자본 축소로 이어지는 셈이다. 보험연구원은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명보험사는 K-ICS비율이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자본금 손실 방어를 위해 앞다퉈 후순위채를 찍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동안 채권 발행이 뜸했던 보험사들이 회사채 시장에 대거 나왔다. 대표적으로 동양생명이 꼽힌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에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현대해상(9000억원), 교보생명보험(7000억원), 메리츠화재(6500억원), 한화손해보험(3500억원), 흥국화재(2000억원) 등도 2~3년 만에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2024년 후순위채를 발행한 보험사 중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은 2024년 한해 동안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서 9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모두 모집액을 웃도는 주문액을 받아 증액까지 성공했다. 실제 5월 3000억원 모집에 1조2960억원, 11월 2500억원 모집에 797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현대해상 뒤로 ▲한화생명(8000억원) ▲교보생명보험(7000억원) 등도 대규모 발행을 이어갔다.
다만 모든 보험사가 원활하게만 후순위채를 발행한 건 아니다. 롯데손해보험과 ABL생명보험, 푸본현대생명보험 등의 보험사는 발행 채권 중 일부가 미매각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전반적으로 보험이익창출력 개선이 더뎠던 점이 배경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최종 발행은 무리 없이 마쳤다. 대부분 추가청약 과정에서 물량 모집을 확보했고, 부족한 물량의 경우 주관사들이 전부 인수해 준 덕분이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2025년에도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릴레이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2025년에도 금리 인하가 단행될 예정인 만큼,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자본성증권은 일반 회사채와 달리 투자 수요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발행 규모가 크게 늘면 시장 내 수급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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