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사코드 점검관료 계보 이어졌지만…강호동에 방점 찍힌 농협금융 회장 인선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 인사가 선임되면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정권 코드 인사가 이뤄졌다. 다만 선임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적으로는 장관급에서 차관보급으로 직급이 내려가면서 관료 출신의 강점 보다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조직 장악력 강화에 더 방점이 찍힌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달 2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이 후보는 이달 24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에서 승인을 받으면 내달 3일 최종 후보자 선정 후 공식적인 취임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석준 전 회장의 임기가 지난해 말 종료된 만큼 취임 전까지 이재호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이 회장대행을 맡았다.
이번 농협금융 회장 인선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초 급작스럽게 터진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로 차기 회장 후보자 물색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12월 중순까지는 최종 후보를 선정했지만, 불확실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발표 시기가 거듭 미뤄졌다. 지난달 20일 농협은행장 등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선임 발표된 상황에서도 차기 회장 인선 결과가 나오지 않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종 후보 선정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 후보는 행정고시 31회로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지낸 후 2021년부터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수석부원장 역시 차관보급으로 분류된다. 이석준 전 회장의 경우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이 후보와 차기 회장을 두고 경합한 인물은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행시 30기로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요직을 거친 정통 금융정책 관료다. 금융위 상임위원, 사무처장, 부위원장을 역임 후 기재부 1차관을 지내다 퇴임했다. 그렇기에 정책 전문성이나 금융당국과의 소통 등을 고려하면 김 전 차관의 강점이 더 크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선임된데에는 농협금융에 대한 강 회장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급이 높은 관료 출신 인사를 선임할 경우 인사를 비롯해 농협금융에 대한 장악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대 관료 출신 회장들은 다양한 자리에서 회장직에 올랐다. 2대 신동규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은행연합회장을 거쳐 농협금융 회장에 올랐다. 3대 임종룡 회장은 선임 전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현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김용환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김광수 회장은 FIU(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다만 강 회장의 경우 공식적으로 불협화음이 발생했던 이석준 전 회장과의 관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회장은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에 농협중앙회 인사를 후보로 추천했지만 이석준 전 회장은 현 윤병운 사장 선임을 고수해 갈등을 빚었다. 업권 특성을 고려하면 내부 전문가가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강 회장이 지역 출신 인사들을 중용해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선임된 계열사 사장단 역시 경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다. 강태영 신임 농협은행장은 경남 진주, 송춘수 신임 농협손보 사장은 강 회장과 동향인 경남 합천 출신이다. 김용범 전 차관은 전남 무안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취업제한 기간인 3년을 다 채우지 못했는데도 굳이 선임된 점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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