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박종문 대표, WM '방긋'…IB서 성과 필요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고사성어를 '작심삼일도 300번 하면 3년'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흘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을 되새기면서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 신임 CEO의 '작심일년'을 들여다보려는 것 역시 긍정적인 해석과 결을 같이한다. 신임 CEO가 처음 세운 경영목표를 지난 1년 동안 추구한 결과를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다음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가 첫 임기 1년 동안 WM(자산관리)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이끌면서 '자산운용 전문가'의 능력을 입증했다. 다만 박 대표는 WM부문의 치열한 경쟁에 더해 상대적 약점인 IB(투자은행) 수익 증대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만만찮은 과제 역시 안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024년 별도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9226억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2021년(1조2885억원)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고지를 재탈환하게 된다.
삼성증권의 2024년 실적 상승을 주도한 사업부문은 WM으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리테일(개인금융) 고객자산 규모는 2024년 3분기 말 기준 31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과 비교해 17조5000억원(5.9%) 증가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자산가(HNW) 공략에 성과를 거뒀다. 삼성증권의 고액자산가 고객 수는 2024년 3분기 말 26만명 정도로 집계됐는데 2023년 말보다 1만2000명(4.8%)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박 대표가 2024년 3월 선임된 이후 자산운용 전문성을 십분 발휘한 결과로도 보이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삼성생명에서 2022년부터 2년 동안 자산운용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삼성생명 자산운용이익률은 2021년 말 2.53%에서 2023년 말 3.12%로 상승했다.
이를 근거로 삼성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023년 12월 박 대표를 새 수장으로 내정하면서 "풍부한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회사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 기대를 박 대표가 2024년 한 해 동안 WM부문에서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박 대표가 남은 임기 2년 동안 WM부문에서 2024년 같은 성과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증시 및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불황 등에 대처할 방안으로 여러 증권사가 고액자산가로 대표되는 WM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한 PWM(개인자산관리) 조직을 본부에서 부문으로 격상하고 김화중 상무를 부문 대표로 발탁했다. NH투자증권도 자산관리를 비롯한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는 리테일혁신추진부를 신설했다.
하나증권도 WM 조직을 개편하면서 조직 협업‧영업 사령탑인 WM혁신본부를 새로 만들고 PWM영업본부에 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를 맡겼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조직을 본부에서 부문으로 격상하면서 산하에 고액자산가 전담 PIB(개인투자은행)센터 등을 뒀다.
박 대표는 남은 임기 동안 삼성증권의 IB부문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과제로 안고 있다. 삼성증권은 WM 분야에서는 전통 명가로 꼽히지만 IB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IB부문 주요 수익원인 인수 및 주선 수수료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중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수익 6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자산관리 수수료 기준 2위를 차지한 점과 비교된다.
물론 삼성증권의 2024년 1~3분기 인수 및 주선 수수료이익은 6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9억원(32.7%) 증가했다. 올해 IPO(기업공개) 7건, 유상증자 6건을 각각 대표주관하는 등 관련 실적도 착실히 쌓고 있다.
박 대표는 2024년 말 임원인사에서 상무 승진 대상 5명 중 2명을 IB1부문 소속인 이기덕 캐피탈마켓본부장과 박성호 M&A본부장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캐피탈마켓본부는 IPO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IPO와 M&A(인수합병) 등 IB부문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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