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반도체 전망삼성전자, 중국발 D램 공세에 내년 실적 악화 우려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중국발 D램 공세가 심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범용 D램 제품을 저가에 공급해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범용 D램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이 첨단 제품인 DDR5 양산을 본격화하며 기술 경쟁에서도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내년 말까지 점유율을 1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이 범용 메모리 물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안정화 했지만 중국이 조금씩 패권을 가져가고 있다. 결국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떨어지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업체인 CXMT와 푸젠진화(JHICC)가 DDR4 8GB D램을 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판매하며 D램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채널 재고도 크게 높아졌다"며 "올 4분기부터 내년 2분기 사이, 공급업체들의 D램 가동률 상승과 CXMT의 제품 출하 증가로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범용 D램 제품의 가격은 가파른 하락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가격은 7월 2.1달러에서 지난달 1.35달러로 4개월 만에 35.7% 급락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이다. 지난해 10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과 재고 소진으로 반등했던 D램 가격은 스마트폰과 PC 등 IT 수요 부진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더해져 가격 하락 폭이 가속화됐다.
범용 D램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이번 가격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삼성전자의 범용 D램 매출 비중은 6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171억원으로, 3개월 전(12조6534억원) 대비 28.7% 하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40조8223억원에서 35조2884억원으로 13.6%나 줄었다.
중국의 메모리 기술 강화도 삼성전자에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CXMT는 최근 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활용되는 DDR5 D램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저장장치 제조사인 킹뱅크와 글로웨이가 현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린 32G 용량 DDR5 판매 페이지에서 확인됐다. 다만 CXMT는 아직 DDR5 양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기존에 DDR5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3사만 제조 가능한 첨단 제품으로 인식돼 왔다.
이와 관련해 대만 매체 CNYES는 지난 25일 실리콘모션의 고 지아장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인용해 CXMT가 DDR4, LPDDR4, LPDDR5를 양산 중이며 DDR5는 현재 소량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마이드라이버스에 따르면, CXMT의 DDR5 D램 수율은 80% 수준으로 평가된다. CXMT는 허페이에서 두 개의 팹을 운영 중이다. 한 팹은 17나노(nm) 공정을 적용해 DDR5를, 다른 팹은 19나노 공정을 통해 DDR4를 생산 중이다. DDR5 팹의 월 생산 능력은 웨이퍼 5만장, DDR4 팹은 10만장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과 생산 효율성에서 여전히 메모리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지난달 공개한 올 3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41.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34.4%로 2위, 미국 마이크론은 28.3%로 3위에 올랐다. 이어 대만 업체들인 난야(1%), 윈본드(0.6%), PSMC(0.1%) 순으로 집계됐다. CXMT는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첨단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며, 고부가 시장 입지 확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4분기와 내년 메모리 시장에서 AI 기반의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기반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향 DDR5의 판매 확대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1b 나노 공정 전환을 가속화해 고용량 DDR5 모듈과 LPDDR5x 등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동시에 레거시 제품의 비중은 축소하면서,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내년 삼성전자의 실적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기대 이하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 역시 예상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 DS부문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5조6000억원에서 16조7000억원으로 낮췄다. 키움증권도 19조2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내년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63조원대에서 39조원대로 급감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엔비디아향 5세대 HBM 제품 HBM3E 공급을 늘려 범용 칩의 부진을 막아야만 실적 악화를 막을 수 있따.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중국 업체들은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전략을 이어가며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에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중국 압박 강도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첨단 D램 양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중국 업체들은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DDR5 생산은 구형 장비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등이 강점을 보유한 고사양 서버 시장에도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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