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CEO 포부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 첫 '건축통' 수장…'내실'경영 집중
건축사업실장·건축사업본부장 역임…재무·전략 전문가 전임자들과 차별점 '눈길'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1일 06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른 뱀띠 해인 을사년(乙巳年)을 맞는 세계 경제는 '차이메리카', '신냉전 2.0'의 커다란 줄기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하게 생존해 나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심화는 글로벌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조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 나갈 새로운 CEO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기자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신임 대표이사가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몇 년 사이 플랜트, 인프라 등 사업을 빠른 속도로 키워왔는데, 해당 사업부문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원가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뒤따라 다시 건축부문에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건축의 비중을 늘려 내실경영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 대표가 전임자들과 달리 건축 전문가라는 점도 이와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동안 주로 포스코 출신의 재무, 전략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중용했었다. 이번에는 그간의 흐름과 달리 건축 전문가를 수장으로 내세웠다. 업황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건축부문을 점찍은 모양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2025년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 결과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다.


정희민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2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전중선 전 사장이 약 10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그 뒤를 잇게 됐다.


정 대표는 주로 재무, 전략, 영업 등 전문영역을 보유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건축 전문가로 꼽힌다. 포스코이앤씨가 1994년 포스코개발로 출범한 이후 처음 선임된 '건축통' 대표이사다.


포스코이앤씨는 1994년 12월 '포스코개발'로 공식 출범했다. 포스코개발은 1982년 설립된 제철정비주식회사(거양개발)와 ▲포스코엔지니어링 ▲포항종합제철 건설본부 및 엔지니어링본부 등을 합병해 설립된 회사다. 2002년 포스코건설을 거쳐 2023년 포스코이앤씨로 사명을 바꿔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제철업에 근간을 두고 있는 포스코 계열사답게 제철소 건설 및 제철 설비 정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


이와 같은 설립 배경에 영향을 받아 그동안 포스코이앤씨를 거쳐 간 대표이사들은 포스코 출신이 주를 이뤘다. 최근 20년간 포스코이앤씨 수장이었던 인물 가운데 한찬건 전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포스코에서 온 '제철맨'이었다. 포스코에서 재무, 경영전략 등 전문가로 활약했던 인물이 포스코이앤씨 대표로 선임됐다.


한 전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지금의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했던 '상사맨'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그룹 품에 안긴 뒤 해외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2016년 2월 포스코이앤씨 대표로 발탁됐다.


정 대표의 전임자인 전중선 전 대표는 포스코에서 대표이사까지 올랐던 인물로 경영‧전략 통으로 꼽힌다. 그 전에 대표를 맡았던 한성희 전 사장 역시 포스코에서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으로 일한 뒤 포스코이앤씨 대표로 선임됐었다. 이 외에 황태현 전 대표와 이영훈 전 대표는 포스코에서 CFO를 역임했던 재무통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경우 대학에서도 건축공학 전공했으며, 포스코이앤씨에서 건축사업본부에 오래 몸담은 건축 전문가다. 건축사업본부 사업기획실장, 건축사업실장(상무),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 등 거치며 한 우물만 판 '건축맨'인 셈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사업영역은 크게 플랜트, 인프라, 건축 등으로 나뉜다. 건축 전문가 수장을 맞이한 만큼 건축사업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기준 포스코이앤씨 매출에서 건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웃돌았다. 플랜트사업과 인프라사업 매출을 더해도 건축사업 매출 절반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건축사업 의존도가 높았다.


포스코이앤씨는 플랜트 및 인프라사업을 키워 건축사업 의존도를 차츰 낮춰갔다. 2019년 플랜트사업과 인프라사업 매출은 각각 1조6412억원, 8534억원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는 3조3250억원, 1조6020억원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플랜트 매출은 103%, 인프라 매출은 88% 뛰었다.


같은 기간 4조7144억원이었던 건축사업 매출은 4조712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매출에서 각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축 46%, 플랜트 33%, 인프라 16%로 변했다. 플랜트와 인프라매출의 합이 건축 매출을 뛰어넘었다.


플랜트와 인프라 부문의 매출 증가세 덕분에 포스코이앤씨의 전체 매출 역시 꾸준히 우상향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10조 돌파 기록을 쓰기도 했다. 다만 매출 증가에도 원가 상승 등으로 2024년 2분기부터 플랜트 및 인프라 사업은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분기, 3분기 플랜트 및 인프라사업의 영업적자 규모는 각각 430억원, 440억원이었다. 건축사업에서 890억원, 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덕분에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철 플랜트 등 캡티브 물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언제 회복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건축 전문가를 대표로 올려 도시정비 등 주택사업을 비롯한 건축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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