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CEO 포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재무통' 능력 '기대'
기아 이익률 상승 이끌어…원가관리 통한 수익률 극대화 전문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른 뱀띠 해인 을사년(乙巳年)을 맞는 세계 경제는 '차이메리카', '신냉전 2.0'의 커다란 줄기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하게 생존해 나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심화는 글로벌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조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 나갈 새로운 CEO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그래픽=이동훈 기자)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새 지휘봉을 잡은 주우정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기아에서 넘어온 재무 전문가인만큼 수익성 개선의 특명은 당연한 임무다. 향후 기업공개(IPO)의 초석을 닦아 지배구조 개편의 밑작업과 조직의 체질 개선을 이뤄야되는 등 다가오는 을사년 숙제가 산적해 있다. 건설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해 주 대표의 재무관리 능력이 빛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가관리·수익성 개선 전문가…검증된 재무통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현대차그룹의 정기인사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새로운 수장으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CFO)이 발탁됐다.


주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를 돌며 재무관리 역할을 맡았다.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대차그룹과 인연은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기아로 옮겨 경력을 쌓으며 재무실장으로 근무했다.


기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주 대표는 2015년에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실장, 원가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 등을 역임하며 비용관리에 경험을 쌓았다.


당시 주 대표는 현대제철의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데 성공하면서 부채비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이어 주 대표는 2019년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으로 다시 복귀했다. 당시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주 대표는 기아차의 제값 받기 정책을 펼치며 실적을 크게 향상시켰다. 특히 유연한 생산방식을 적용해 원가율도 낮췄다.


이에 따라 주 대표가 기아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와 올해 영업이익률은 현대차를 넘어섰다. 올해 3분기만 살펴보더라도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0.9% 수준에 달하는 반면 현대차는 8.3%로 2%포인트(p) 이상 벌어졌다.


이 같은 원가관리를 비롯한 수익률 극대화 경영 능력을 이미 증명한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에서도 같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은 올해 3분기 기준 95%로 대형 건설사 중 매우 높은 편이다. 높은 원가율로 인해 이익률도 1.71%에 불과하다.


아직 현대엔지니어링의 구체적인 내년도 사업계획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주 대표는 무엇보다 원가율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이에 맞춤형 경영전략을 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에너지 사업과 친환경 인프라 확장 등 신사업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서 넘어온 첫 CFO 출신 사장…IPO 포석 깔까?


재무통으로 알려진 주 대표가 기아에서 넘어온 배경에는 수익성 개선 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와 맞물린 그룹사 지배구조 재편의 밑작업을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장 자리로 이전 기아 재경본부장(CFO)이 온 것은 주 대표가 처음이다.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이 계열사 사장으로 이동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치웅 전 사장이 2005년부터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을 지냈었다. 다만 김 전 사장 이후로 기아의 CFO가 계열사 사장으로 영전한 경우는 주 대표가 처음이다.


주 대표는 앞선 다양한 현대차 계열사에서 재무관리 능력을 입증한 만큼 연장선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 상승에 집중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1년 기업공개를 시도했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철회했고, 이후 공식적으론 재시도 의지를 보이진 않고 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11.7%를 가진 계열사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룹 지배구조와 승계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언제든 다시 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지만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지배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만약 기업공개에 성공한다면 조달된 자금을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가치 평가를 염두에 둔 스타일로 경영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차입을 최소화하는 경영방식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 대표 외 박희동 기아 KCN재경본부장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최고책임자(CFO)로 새롭게 자리하면서 내년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반이 재무전문가로 대표를 교체하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도 그룹 내 재무통 대표이사가 투입돼 눈길을 끈다"며 "꾸준히 지적돼 온 원가관리 및 수익성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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