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작심일년]
BNK투자증권
'고된 신고식' 신명호 대표, 부실 부동산PF 직격탄
'IB 강화' 시도했지만 여전히 실적 부진…회사채·IPO부문 등 일부 성과도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고사성어를 '작심삼일도 300번 하면 3년'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흘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을 되새기면서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 신임 CEO의 '작심일년'을 들여다보려는 것 역시 긍정적인 해석과 결을 같이한다. 신임 CEO가 처음 세운 경영목표를 지난 1년 동안 추구한 결과를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다음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가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 후 전통 투자은행(IB) 사업부문 강화를 통해 수익 개선을 목표로 했으나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영향을 탈피하지 못하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전통IB 사업부문의 경우 대형 증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단시간 내 정상 궤도에 안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PF 부실자산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 또한 수익성 반등의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 'IB통' 신명호 대표, 전통IB 강화 의지


2024년 1월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한 신 대표는 '부동산금융 축소'와 '사업포트폴리오 전환'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신 대표 취임 당시 BNK투자증권은 부동산PF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유지했던 탓에 2023년부터 부동산 시장 환경이 악화되자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 대표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전통IB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자기 자본 2조원, 당기순이익 2000억원 등 '톱 10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실제로 신 대표는 주요 증권사의 기업금융업무를 두루 경험한 업계 내 'IB통'으로 꼽힌다. 삼성증권 기업금융 팀장, SK증권 기업금융 본부장, HMC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을 거쳐, 2010년부터 동부증권 IB사업부 커버리지본부장을 지냈다. 2016년엔 하나금융투자 IB부문장을 맡았고 2018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유안타증권 IB사업부문을 이끌었다.


취임 후 신 대표는 조직개편부터 단행했다. 부동산PF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기업금융 부문을 담당할 IB금융본부를 신설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인수금융 등 전통 IB 사업 확대를 위해 외부 인재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 (제공=BNK투자증권)

◆소소한 성과…수익성 개선 '한계'


신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은 일정부분 성과로 돌아왔다. 회사채 발행과 기업공개(IPO) 주관 부문이 대표적이다.


BNK투자증권은 2024년 1월 HL D&I의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주관사로 참여했다. 또 BNK금융지주, 키움증권 등 다른 금융사의 회사채 발행에서 인수사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같은 해 5월에는 IT솔루션 기업 씨씨미디어서비스의 IPO를 공동 주관하며, ICT 전문기업 유큐브 등에도 대표주관사로도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의미있는 성과로 보고 있다. 회사채 발행 주관사 참여는 2016년 성우하이텍과 아주산업이 마지막이었다. IPO 역시 2019년 태웅로직스 공동주관을 끝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지 못해서다. BNK투자증권의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동기(215억원) 대비 77.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77.7% 줄어든 35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 규모도 2023년 말 1조1869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1조1674억원으로 줄었다.


수익성 개선 실패는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은 영향이 크다. BNK투자증권은 부동산금융 부실자산으로 인해 2024년 3분기 기준 1028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BNK증권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부담은 비슷한 수준의 타 중소형 증권사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부동산PF의 사업 구성을 볼때 지역 구성 측면에서 지방 및 광역시 소재 사업장 브릿지론 취급이 비교적 많은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BNK투자증권 자본총계 및 수익성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 충당금 적립 부담 확대…2025년 과제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손실 가능성을 완충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수익성 반등에 족쇄가 됐다. 주목할 점은 2025년에도 충당금 적립 이슈가 해소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부터 부동산PF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만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BNK투자증권 역시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신 대표가 취임 시 밝힌 '톱 10 증권사' 진입은 현실성이 낮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시점에서 자기자본 2조원, 순이익 2000억원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각 71%, 5614%가량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신 대표의 남은 임기의 과제로 수익 확대를 꼽는다. 특히 전통IB 사업부문의 수익 비중 확대가 절실하다. 대형 증권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사업부문인 만큼 BNK금융그룹 계열사를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경우 그룹 측면에서 전사적으로 IB를 지원해준 덕에 IPO 실적이 크게 늘었다"며 "BNK증권도 금융계열 증권사인 만큼 이 같은 이점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주 측에서는 BNK증권 자체적으로 자생력을 갖추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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