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볼륨존'으로 소비 위축 타개…중저가 가전 공략
가동률 증가, 중국 공세 견제 효과도 있어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7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 사옥. (출처=LG전자)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전자가 올 4분기 전방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본업인 가전 부문에서는 선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주력해온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대가 낮은 중저가 가전 시장을 겨냥한 '볼륨존' 전략으로 전체 판매 볼륨(Volume) 자체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올 4분기 실적이 대체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이 회사의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시장 컨센서스(4560억원)를 크게 밑도는 3148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방 수요 부진 및 재고 조정,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주력 사업인 가전 부문에서는 볼륨존 전략 덕에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을 정도로 이 사업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이자 부담이 늘고,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고자 2022년 하반기부터 볼륨존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적자를 감수하며 판매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영업이익률은 낮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대한다면 볼륨존 제품에는 '미드싱글디짓', 즉 한 자릿수 중반대를 겨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한 관계자는 "가전보급률이 낮은 신흥국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선제적으로 늘리는 게 중요하므로, 일단 수익률은 양보하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리다매식으로 판매 볼륨을 늘리는 과정에서 가동률이 높아지고, 고정비가 줄어들게 된다. 같은 시간 동안 많은 수의 제품을 생산하게 돼 개당 원가가 낮아지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전자업계 가동률이 수요 부진으로 저조한 가운데, LG전자는 이와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H&A 사업부문(생활가전 담당) 내 핵심 제품인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의 평균 가동률은 전년 동기(97.8%) 대비 10%p가량 늘어난 108.9%다.


저가 제품부터 시작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공세'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과거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에만 주력해왔을 때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쉽지 않았으나, 현재는 이들과 더욱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기능적인 측면들은 (중국 업체들이) 상당 수준 쫓아왔으나, 핵심 부품의 경쟁력이나 내구성, 에너지 효율성 등은 아직 국내 업체들을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라며 "이 가운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돼 수요가 많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인한 물류비 부담은 변수다. 최근 중동 사태 장기화로 상선들이 기존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 운임이 상승하게 됐다. 또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 업체들이 관세 인상 시작 전 미국으로 물량을 밀어내는 비정상적 요인들까지 겹쳐 물류비가 대폭 인상됐다. 3분기 기준 LG전자가 지출한 물류비는 누적 2조2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비 부담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며 "기본적인 선복 공급량(공급)과 해운 물동량(수요) 측면에서 바라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의 경우 물류비를 낮추기 위한 협상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와 같이 치솟는 물류비를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LG전자는 볼륨존 전략을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강화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는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이 저렴하다고 구매하는 시장은 아니다"며 "동남아시아, 중동아시아뿐 아니라 (중위층 이하는 구매 가격대가 낮은) 북미 지역, 유럽 등 해외 시장 전반적으로 볼륨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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