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톺아보기식물성 대안식, 멀어지는 '미국몽'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신세계푸드가 식물성 대안식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고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최종 목적지로 통하는 미국시장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도 잡지 못한 모습이다.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법인 '베러푸즈(Better Foods)'까지 설립했지만 해당 법인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며 매출이 0원에 수렴하고 있다. 나아가 신세계푸드가 최근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효율사업을 정리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식물성 대안식사업이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신세계푸드는 2016년부터 식물성 대안식품을 미래먹거리로 삼고 본격적인 연구개발(R&D)를 시작했다. 식물성 대안식품이 축산물 사육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식량안보, 식품안정성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치소비 성향의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글로벌 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세계 대체식품시장 규모는 2020년 121억달러(약 17조 6300억원)에서 2025년 27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푸드의 식물성 대안식사업은 2020년 송현석 전 대표가 취임한 이후 가속화됐다. 신세계푸드는 2021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터'를 론칭하고 2023년에는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까지 론칭하면서 식품 제조와 외식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해 7월 기준 연구개발조직에서 식물성 대안식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Material-R&D'팀은 총 3개로 ▲신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 ▲육류 신제품 개발 및 공정 표준화 ▲우유 및 치즈 개발 및 카테고리 확장 제품 개발 등을 맡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 현지법인 '베러푸즈'는 식물성 대안식사업의 핵심이다. 신세계푸드는 앞선 2022년 7월 43억3100만원을 출자해 베러푸즈를 설립했다. 이로서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당시 시장에서도 신세계푸드가 한국시장보다는 미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현 시점 전세계 비건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캐나다의 식물기반식품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부터 2021년 연평균 441.8% 성장했고 2026년까지 매년 502.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미국시장 진출 이후 아직까지 온전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베러푸즈는 지난해 135만원에 이어 올해 3분기 말 누적 86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실상 0원에 수렴하는 수치다. 반대로 이 법인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11억7923만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17억6468만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올해 1분기부터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더 큰 문제는 베러푸즈가 구체적인 사업의 방향성도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미국 벤처캐피탈 '클리브랜드애비뉴'에 투자를 유치했지만 현지 파트너사 선정이 늦어지면서 제품의 유통이 늦어지고 있다. 당초 신세계푸드는 올해 하반기까지 현지 파트너사를 선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특히 아직까지도 식물성 대안식 제품을 국내생산 후 수출할지 해외 OEM업체 선정 후 생산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향후 신세계푸드의 식물성 대안식사업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들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재무통'으로 알려진 강승협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수익성 개선 작업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올해 비효율사업을 정리하거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등 체질개선 작업에 집중해왔다.
한 시장 관계자는 "신세계푸드가 수익성에 초점을 둔 사업재편을 단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식물성 대안식사업의 힘도 빠질 것"이라며 "그동안 베러푸즈의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사업의 지속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베러푸즈는 미국 비즈니스를 위한 생산·유통과정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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