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사코드 점검금감원 경고에도…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조직 장악력↑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과 NH농협손해보험의 차기 CEO에 강 회장과 동향인 경남 출신 인사가 추천됐다.
당초 금융감독원에서 농협금융지주 인사에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하는 지배구조를 두고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던 만큼 이번 계열사 CEO 인사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외부 눈치를 보지 않는 강 회장의 '공격적 인사 기조'는 이번 인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 자회사 9곳 가운데 6곳은 내년부터 새 CEO를 맞는다. 대상은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아문디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이다.
올해 말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농협은행, 농협생명, NH농협캐피탈, NH벤처투자 등 4곳의 경우 농협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대표 후보 추천 절차를 밟았다. 농협손해보험과 NH저축은행은 기존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난 데 따라 후임 후보 추천을 진행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농협금융의 100% 자회사가 아니라 별도의 선임 절차를 통해 차기 대표를 내정했다. 길정섭 농협금융 전 부사장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임동순 대표의 뒤를 잇는다.
이번 인사를 두고 강 회장이 본인만의 색깔을 입히기 위해 대대적 인사 교체 카드를 빼 들었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바로 직전 농협중앙회장이었던 이성희 전 회장 때 선임된 인사가 모두 교체됐기 때문이다.
특히 임기가 남아 있던 NH농협손해보험, NH저축은행, NH투자증권의 자회사 NH선물 등의 대표에게는 사표 제출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강 회장의 사람으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실제로 농협금융 계열사 CEO 인사에 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정황은 여러 지점에서 나타난다. 먼저 새로 자회사 사장단에 합류한 인사들을 보면 6명 가운데 3명이 경상도 출신으로 경남 합천 출신인 강 회장과 접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강태영 NH농협은행장 후보와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 후보는 각각 경남 진주, 경북 청도 출신이고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후보는 경남 합천 출신이다. 강 후보의 경우 강 회장의 최측근으로도 여겨진다.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후보와 길정섭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후보, 김장섭 NH저축은행 대표 후보 등의 경우 현직이 아닌 상태에서 후임으로 추천됐는데 이를 두고도 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지주 통틀어 봐도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앞서 농협중앙회가 진행한 상반기 인사에서 강 회장의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퇴임 임원이 대거 임명됐던 점 등에 비추어 강 회장이 본인과 관계있는 퇴임 인사를 자회사 사장으로 다시 불렀을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시선이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문제의식을 제기했던 점이 연말 사장단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강 회장의 친정체제가 구축된 것을 보면 실제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농협중앙회장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는 금감원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금융 자회사 경영진 인사에도 농협중앙회의 직·간접적 개입이 이뤄진다는 점을 금감원은 문제라고 봤다.
실제로 당시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문제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주와 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와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 지주처럼 대규모 금융그룹에는 건전한 운용이 필수적이다"며 "건전한 운용을 위해선 합리적 지배구조와 상식적 수준에서의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