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분사로 경영 효율화…효과볼까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엔씨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강도 경영효율화에 나섰다. 올해 초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하면서 권고사직 및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개발조직 분사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장에서는 엔씨가 분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지배력을 유지할 경우 재무적으로 비용 절감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희망퇴직 신청자의 퇴사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고강도 경영쇄신 작업 일환으로 진행된 조직개편 및 체질개선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엔씨 측은 이번 희망퇴직을 신청한 500여명 대부분 절차에 따라 승인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엔씨가 희망퇴직 및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장르에 대한 여론 악화와 확률형 아이템 규제 영향으로 주력 IP(지식재산권)인 '리니지' 시리즈로 향후 엔씨를 이끌어 나가는데 한계가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는 2021년 매출 2조3088억원, 영업이익 3752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매출 2조5718억원으로 2조원대 매출을 유지했고 영업이익은 5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9% 증가했다. 그러나 견조할 것 같았던 엔씨의 실적은 3년 만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모바일 MMORPG 경쟁 심화와 '리니지' 시리즈의 부진, 상반기 신작 부재 및 하반기 출시 지연 등이 발목을 잡은 까닭이다.
그 결과 엔씨의 지난해 매출은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2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30.8%, 75.4%나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올해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엔씨의 올 3분기 실적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3분기 단일 기준 매출은 4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4231억원 대비 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3억원 손실로 전년 동기 165억원 대비 크게 하락했다.
돌파구가 절실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올 3월 자신과 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그리고 박 대표에게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우선 성과 부진 프로젝트 정리에 나섰다.
박 대표 체제에 앞서 엔씨는 자회사 엔트리브 법인을 정리하고 '아이온 리메이크 TF' 등의 프로젝트를 해체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는 엔씨의 심장인 '리니지' 중심의 IP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스튜디오 분사 등 조직 개편을 통한 효율적인 운영 방안은 물론 새로운 IP를 활용한 신작들을 선보이는 전략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선보인 배틀크러쉬와 호연은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엔씨는 지난 10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자회사 4곳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개발 독립 스튜디오인 퍼스트스파크 게임즈(쓰론앤리버티), 빅파이어게임즈(LLL), 루디우스 게임즈(택탄) 등 3곳을 포함해 인공지능(AI)기술 전문 기업 엔씨에이아이의 분사를 결정 했다.
회사 측은 본사에 집중 돼 있던 고정비와 인력을 분리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자회사들에 게임 개발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 경영효율화를 이뤄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엔씨가 희망퇴직과 분사를 진행했지만 재무적인 경영효율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500여명에 이르는 희망퇴직 절차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비용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인력이 다른 조직으로 이직하거나 창업을 통해 잠재적인 경쟁사를 키울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또한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분사의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며 지배력을 유지하게 되면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비용은 모두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지배력이 약화되거나 분사된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경우 매출과 비용이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되고 자회사 순이익만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되게 된다.
따라서 엔씨가 자회사들의 분사 이후에도 지배력을 유지한다면 고정비가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되면서 결국 비용절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씨 관계자는 "엔씨는 높은 매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이익은 높은 고정비 때문인데 특히 본사에 인력이 밀집돼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때문에 분사를 통해 고정비 반영을 줄이고 경영효율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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