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봇핏' B2C 출시 연기…제어 오류 문제
입력값과 출력값, 완벽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 오류 발생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CES 2020에서 한 관람객이 삼성전자 웨어러블 로봇을 체험하는 모습. (출처=삼성전자)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 1호 웨어러블 로봇 '봇핏 프로'를 일부 헬스케어 업체들에 시범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 제어 오류 때문에 소비자 거래(B2C)에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기업 간 거래(B2B)로는 공급은 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도가 부족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웨어러블 로봇 사업을 B2C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용자 체형에 맞게 자동 반응할 정도로 제어력이 올라오지 않아 실제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안정성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봇핏 프로도 벌써 5년여간 연구개발을 거쳤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아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적극적인 홍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봇핏 제작과 관련 돼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봇핏 프로의 완성도가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어기술에서 자꾸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로봇이 특정 입력 신호에 대해 이용자 체형에 맞게 자동 반응하는 과정에서 제어력이 떨어진다"며 "입력값과 출력값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봇핏 프로는 허리와 허벅지에 착용하고 걸으면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용자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이다. 당초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과 장애인의 이동을 보조하는 역할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에는 일반인의 근육 증진 등에 사용되는 헬스케어 로봇으로 개발 중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이 입는 로봇'으로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지금까지는 보행이 어려운 환자의 재활을 돕거나, 산업 현장에서 근골격계를 보호하고 근력을 증강시키는 일에 주로 투입됐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지난달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공개했다. 작업자 근력을 보조해 피로도를 줄이고 능률을 올리는 제품이다. 코스닥 업체 중에서는 엔젤로보틱스가 2022년 의료기기 3등급 품목허가를 획득한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 M20'을 선보인 바 있다. 환자가 로봇을 몸에 직접 착용하는 형태로 실제 평지나 계단 등에서 훈련을 돕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제품인 '봇핏' 출시를 준비하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기술 특허와 상표도안 등 관련 지식재산권 확보를 이어왔고, 올해 초부터 시제품 양산 소식이 전해지며 제품 출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로봇업계에 따르면 삼성 내부에서 제어와 관련해 완성도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회사 측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주요 성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난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전자에서도 우선적으로 B2B로 공급하며 테스트 및 보완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이 문제 때문에 올해 초부터 시제품 출시 준비를 다 해 놓았지만 점점 늦어지는 상황"이라며 "이에 무리하게 내놓기 보다는 웨어러블 로봇 사업의 시장성부터 본격적인 양산 확대 시기까지 내부 논의를 통해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로봇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로봇 사업을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미래먹거리로 낙점하고, 동시에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지난해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4.83%를 확보하고, 올해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지능형 로봇 개발을 직접 주문할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현대차, LG전자 등 경쟁사와 달리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상업용 로봇인 '클로이 로봇'을 앞세워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 LG전자는 최근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등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착수한 현대차는 2021년 미국 로봇공학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합병(M&A)한 후 시너지를 내 산업용 로봇 '엑스블 숄더' 사업을 본격화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 성과도 미진하고, 제품 자체도 기술력 문제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로봇사업팀을 다시 해체한 뒤 전경훈 CTO(삼성리서치장) 산하 TF로 재배치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평가다. 로봇사업팀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로봇 연구역량을 다시 삼성글로벌리서치와 삼성종합기술원(SAIT)에 집중시켜, 긴 호흡으로 육성시키기로 전략을 재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시범적으로 공급한 봇핏 프로도 5년여간 연구개발을 진행한 결과물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초 CES 등 공식석상에서 봇핏 프로를 놓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B2C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B2C로 확장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제품 개발 결과에 대해 크게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 오류로 인해 봇핏 프로를 B2C로 출시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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