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이 부산면세점을 운영하는 자회사 신세계디에프글로벌에 대규모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자회사 설립 이후 지난 6년간 투입된 자금만 1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산점은 적자가 누적되며 최근 희망퇴직 실시와 영업일 축소 등에 나선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세계디에프의 자금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이달 2일 부산면세점을 운영하는 자회사 신세계디에프글로벌에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하며 주주배정 방식으로 내달 5일 진행될 예정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디에프글로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다.
신세계디에프는 이번 출자를 포함해 지난 6년간 부산면세점에만 15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해왔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12년 파라다이스그룹 계열의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해 면세점사업에 진출했고 2015년 별도법인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했다. 이후 2017년 말 신세계조선호텔의 면세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며 210억원에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을 세웠다.
신세계디에프는 면세사업을 일원화하고 경영효율성을 강화하고자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을 설립했다. 다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부산면세점은 연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2018년 이후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만 1112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어려운 면세업황에 더해 부산 시내면세점의 지리적인 약점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면세점의 핵심 소비층인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부산은 국내 주요 지역별 면세점 가운데 매출이 가장 낮고 면세점 방문객도 적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김해공항 항공편 회복이 지연된 것도 부산시내면세점 고전에 일조했다.
이주원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경기 둔화로 면세점 주소비층인 중국인 수가 현저히 줄었다"며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경우 사업장 위치가 부산에 있어 김해공항의 더딘 항공편 회복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실적 회복 폭도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시내면세점 매출금액은 ▲서울(8049억원) ▲인천(1961억원) ▲제주(770억원) ▲부산(122억원) ▲기타(21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용객 수도 ▲인천(103만9621명) ▲서울(83만2065명) ▲제주(43만8240명) ▲부산(6만3132명) ▲기타(19만4105명) 순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올해 10월 일부구역을 백화점으로 전환하며 영업면적을 축소했고 지난달에는 첫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에 더해 브랜드 이탈도 가속화되며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하다는 판단 하에 이달 17일에는 주 7일 운영하던 영업일을 5일로 단축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산점이 모회사인 신세계디에프의 부담으로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세계디에프의 출자가 시설 투자나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되기보다 대부분이 운영자금으로 쓰이면서 실질적인 구조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당장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업을 이어간다 해도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추가자금 투입도 소모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이 현 상황에서 수익성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출자를 통해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 관계자는 "최근 희망퇴직과 브랜드 이탈로 인해 인원이 감소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영업일 축소 신고를 진행하게 됐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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