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대들보 '리니지' 부진으로 조직 구조도 '휘청'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심장과도 같은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1998년 리니지를 시작으로 다수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을 선보이며 승승장구를 한 엔씨가 과거와 같지 않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의 기둥 '리니지'의 부진으로 내외적인 조직 개편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1998년부터 '리니지'를 시작으로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블레이드&소울 2 ▲길드워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쓰론 앤 리버티 ▲호연 ▲저니 오브 모나크 등 다양한 게임을 선보여 왔다. 그러나 이 중 절반은 모두 리니지를 표방한 '리니지라이크'다.
그 중심에는 김택진 대표를 비롯해 동생 김택헌 전 수석부사장 겸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가 있었다. 김택헌 전 수석부사장은 리니지 시리즈를 엔씨의 성장을 이끈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리니지 시리즈만을 고집한 나머지 리니지 IP가 하향세를 타는 와중에도 끝까지 리니지 라이크에 대한 기대를 접지 못해 '블레이드&소울2', '트릭스터M' 등 프로젝트를 리니지화 시키는 사업의 중심에 있었다. 리니지 IP 성공의 한 축이었지만 결국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과의존에 빠져들게 한 인물이라는 양면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리니지 라이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 대한 여론 악화와 게임 노후화 등으로 주력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 시리즈 매출도 하향세에 들어갔다.
야심 차게 선보인 '쓰론앤리버티(TL)' 국내 서비스와 '배틀크러시', '호연' 등 신작 등도 리니지 라이크에 집중했던 내부 역량의 문제로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극복을 위해 김택진 대표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 지난 여름 인사에서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해외 소재 법인 엔씨 아메리카·재팬·타이완 대표직을 내려놓고 아예 회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김택헌은 퇴직금 30억원을 포함해 총 67억원을 수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엔씨소프트의 2분기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영업이익에 반 이상이 넘는 퇴직금을 수령한 부분에선 지적이 있었다. 또한 같은 게임 업계에서 2024년 상반기에 엔씨의 3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상반기 보수로 25억원과 비교해도 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씨는 체질개선을 위해 올 3월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체제로 새판을 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박병무 대표는 '효율화'를 강조하며 희망퇴직 모집, 성과부진 개발 프로젝트 폐기, 내부 개발조직과 연구조직의 외부 분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엔씨는 '리니지'를 통해 이어온 과도한 과금 유도 등으로 이용자들의 반감이 높아져 왔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을 두고 '리니지 라이크'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엔씨는 '리니지'를 중심으로 리니지 라이크에 최적화된 조직이었다. 하지만 리니지 라이크를 벗어난 게임들은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개발자들의 개인적인 역량의 문제보다는 리니지를 통한 큰 성공이 결국 엔씨의 모든 의사 결정구조에 영향을 미쳤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던 엔씨의 한계로 보고 있다.
김택진 대표가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 대신 학교 선배인 박병무 대표를 선택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스팀에 얼리엑세스로 출시된 '배틀크러쉬'와 정식 출시한 '호연'이 생각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올해 6월 출시한 '배틀크러쉬'는 출시 156일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어 올해 8월 출시한 '호연'역시 지난 15일 갤럭시 런처 기준 동시접속자수가 300명이 채 안되며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의 신규 IP 제작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엔씨는 다시 '리니지'라는 IP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엔씨는 '리니지' 원툴 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중장기적인 IP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씨가 주력하던 리니지 장르 외 신규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 조직을 분사시켜 자율성과 독립성을 모두 보장하는 IP 사업자로서는 교과서적인 선택을 했다.
아직 정식 분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리니지의 위기가 곧 엔씨의 위기로 직면한 상황에서 엔씨가 분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안정적인 조직에서 개발을 해왔던 개발자들이 독립적인 조직에서 과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12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적자 전환한 엔씨는 신규 수익원 발굴에 사활을 걸어야 하고 독립한 조직은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놔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일 출시한 '저니 오브 모나크'가 나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리니지 급의 엄청난 성공이 아니라 작은 성공들을 모으고 그 성공 안에서 블록버스터를 찾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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