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리포트]
덕산그룹
이수완 덕산산업 회장, 홀로서기 '안간힘'
④덕산테코피아, 네오룩스 의존도 낮췄으나 실적 타격…2차전지 투자성과 '악재'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1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덕산그룹의 차남 이수완 덕산산업 회장이 핵심 자회사인 덕산테코피아를 필두로 홀로서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장남 이수훈 회장이 이끄는 덕산홀딩스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신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전해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산테코피아는 그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2차전지 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2차전지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신사업을 주도하는 자회사의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한 내 상장 움직임이 없으면 대규모 상환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덕산테코피아는 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구성 요소인 유기재료 사업과 반도체 전자재료용 화학제품 생산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지배구조는 이수완 회장→덕산산업→덕산테코피아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과거에는 덕산네오룩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았다. 덕산네오룩스는 이수훈 회장이 이끄는 덕산홀딩스 계열사다. 덕산테코피아는 협력업체로부터 OLED 중간소재를 받아 덕산네오룩스에 공급해 매출을 올리는 매출 형태가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덕산테코피아가 덕산네오룩스를 통해 올리는 매출 비중은 2020년 56%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줄곧 감소해 올해 38.4% 수준이다. 2022년 형제간 이상 기류가 포착되면서 홀로서기에 본격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덕산산업은 덕산그룹이 쓰던 회사 로고(CI)를 바꾸는 등의 독자 행보에 나섰었다.


매출 의존도는 감소했으나 그만큼 실적 공백도 크게 발생했다. 덕산테코피아의 실적은 2021년부터 매년 하향세다. 2021년 1124억원이던 매출(별도 기준)은 지난해 939억원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2%, 당기순이익은 72.5% 각각 쪼그라들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덕산네오룩스향(向) 매출이 감소한 데다 신성장동력으로 2차전지 사업에 투자를 쏟아부은 영향이다. 이수완 회장은 2021년 4월 덕산일렉테라를 설립해 2차전지 사업에 본격적으 뛰어들었다. 덕산일렉테라는 2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업체다. 전해액 첨가제는 배터리 수명 향상과 충·방전 효율 개선, 저온 방전 억제 등의 기능을 한다. 


덕산일렉테라를 설립하자마자 자회사를 만들어 미국 현지에도 진출했다. 현재 미국 테네시주에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양산을 위한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를 위해 모회사인 덕산테코피아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 11월 500억원 규모의 제1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지원했고 2022년부터 여러 차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655억원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덕산일렉테라에 투입한 자금은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덕산테코피아의 연결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마이너스(-) 296억원 수준이었으나 매년 증가해 지난해 -1759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3분기도 -1622억원 수준이다. 


자회사 덕산일렉테라의 매출은 현재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1억5000만원, 올해 3분기 누적 1억원 수준에 그친다. 독립리서치 그로쓰리서치는 전해액이 1만톤당 약 1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가정해 2027년부터는 매출 1조3000억원 이상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문제는 2차전지 수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으로 배터리 시장이 위축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당초 중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가 예상됐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악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덕산일렉트라는 IPO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지난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총 1320억원을 투자받았다. 1차 156억원, 2차 514억원, 3-1차 150억원, 3-2차 500억원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투자를 받았다. 


해당 4건의 RCPS는 모두 IPO 관련 특별상환청구권이 있다. 발행일(23년3월29일)로부터 3년6개월이 되는 날(2026년9월29일)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완료하지 못하면 투자원금과 연복리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 조항이다. 


또한 2027년3월29일까지 기업공개를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수준으로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아울러 덕산일렉트라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모회사인 덕산테코피아가 이를 상환해야 하는 풋옵션도 있다. 현재 캐즘 장기화와 IRA 후퇴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한 내 IPO 작업 시한을 지킬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덕산테코피아 관계자는 "RCPS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했고 향후 IPO 기한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2차전지 업황이 악화되긴 했으나 저희는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국 내 자체 생산하는 소재에 대한 수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라며 "현재 고객사와의 소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인데 내년부터는 매출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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