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전자가 모듈러 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력하고 있는 가전 사업 홍보에도 도움 돼 실익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이 회사는 가전을 주택 사업과 결합한 '통합 솔루션'으로 시너지를 창출해 고환율 등 비용 상승 리스크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의 첫 기업간거래(BTB) 납품에 성공했다. 거래 상대방은 SM엔터테인먼트로, 임직원 전용 연수원으로 사용할 공간이 필요해 LG전자에 먼저 구매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이 회사가 연수원을 빠르게 건설하려는 의지가 있어 니즈에 부합했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주택을 지으려면 골조 공사부터 시작해 내장 공사, 마감 공사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70%가량 미리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주택보다 인건비가 낮고 시공 속도도 빠르다. 기존 습식공법 대비 인건비는 20%, 공사 기간은 5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코티지는 모듈러 건축 스타트업 스페이스웨이비가 주택을 제작하면, LG전자가 가전을 투입하는 구조로 작업이 진행된다. 빠르면 2개월 만에 주택을 완공할 수 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인 가전을 함께 홍보할 수 있어 실익이 크다. 오히려 주택 사업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전 제품 홍보의 연장선으로 보는 모습이다. 현재 LG전자는 고환율로 가전 물류비가 늘어나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스마트코티지에 빌트인 가전을 탑재하면 판매량이 소폭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스마트코티지 사업 자체는 아직 시작 단계라 매출이 유의미하게 늘어날 전망은 아니다"며 "대신 LG전자가 최근 '통합 솔루션'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가전 제품까지 함께 제공하는 걸 컨셉으로 잡아 강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코티지 내 가전을 설치한 상태로만 제공한다는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모듈러 주택은 이용자가 원하는 가전을 골라 설치할 수 있다. 예컨대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가전 가운데 냉장고만 빌트인이고, 다른 가구들은 별도로 구입하면 된다. 반면 LG전자는 냉장고, 인덕션, 광파오븐, 냉온정수기, 식기세척기, 워시타워,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이동형 디스플레이까지 '가득' 묶어 판매하고 있다.
다만 모듈러 주택 자체만 놓고 보면 당면 과제가 존재해 가전 홍보 효과가 두드러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이 용이하지 않은 가운데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코티지와 같은 모듈러 주택은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관련 대출 상품이 미비하다. 대출이 필요한 고객은 개인신용대출 등으로 해결해야 해 이자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스마트코티지는 단층형 모델인 '모노(8평)'와 복층형 모델인 '듀오(14평)'로 구성되고, 각각 2억원, 2억8000만원 안팎으로 가격대가 형성된다. 모두 가전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하지만 비슷한 경쟁사의 17평형대 모델은 1억5000만원 수준으로, 평수만 놓고 보면 가격대가 더 저렴하다.
모듈러 주택 특성상 하자에 취약하다는 점도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부지와 맞닿은 접합부가 약해 내진, 내화 성능이 떨어지고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누수의 경우 준공 후 5~7년 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며, 기존 습식공법 대비 2배 이상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코티지는 터를 다지거나 설치하는 것에 있어서 안전 설계가 잘 구축돼 있다는 평가"라며 "기업뿐 아니라 개인 토지 소유자들 사이에서도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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