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그룹이수훈 회장, 덕산피앤브이 덕 볼까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이수훈 덕산홀딩스 회장이 2022년 설립한 덕산피앤브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설립 후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알짜 계열사인데다 사실상 이 회장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덕산피앤브이 배당 등을 통해 향후 이 회장의 주요 재산증식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덕산피앤브이는 2022년 1월 설립된 해상운송업을 영위하는 비상장사다.최대주주는 이수훈 회장으로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지분 30%를 갖고 있는 덕산홀딩스다. 덕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이 회장(지분 64.49%)라는 점에서 덕산피앤브이는 사실상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덕산피앤브이 감사보고서상에는 본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업종과 주주 구성, 설립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덕산홀딩스 자회사의 제품 등에 대한 수출 운송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덕산피앤브이가 설립된 2022년 무렵은 이수훈·수완 형제간 이상 기류가 감지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차남 이수완 대표가 이끄는 덕산테코피아는 덕산그룹 로고가 아닌 자체 기업로고(CI)를 쓰는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형제간 갈라서기를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덕산피앤브이의 설립 시점을 주목하는 이유다.
핵심 자회사인 덕산하이메탈은 반도체 패키지 소재를 만드는 회사로,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한 상태다. 연결 매출 1790억원 가운데 수출비중은 56.3%(1009억원), 내수비중은 43.8%(785억원)다. 최근 몇 년새 내수 물량이 확대됐으나 올해 수출 물량이 늘었다.
지난해 인수한 덕산에테르씨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덕산에테르씨티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용기와 수소 운반 등 목적의 수소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11월 덕산하이메탈이 인수했다. 올해 매출(612억원) 중 65.2%가 수출에서 발생됐다.
앞서 덕산하이메탈은 2019년 6월 미얀마 현지법인인 DS MYANMAR CO.,LTD.를 설립하기도 했다. 반도체 접합(Solder) 소재의 주요 원재료인 주석 등의 안정적인 수급과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 덕산피앤브이가 이들 회사가 생산하는 반도체 부품 및 제품을 해상으로 운송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계열사 물량을 받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덕산피앤브이의 매출은 설립 첫해인 2022년 111억원, 2023년 155억원 수준이다. 외형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수익성은 매우 우수하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2022년 34.3%, 30.2%와 2023년 29.0%, 26.2%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덕산피앤브이가 안정적인 매출과 높은 수익률을 기반으로 향후 배당에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수훈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만큼 배당에 나설 경우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덕산홀딩스를 포함한 계열사의 배당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까지 덕산홀딩스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들은 배당을 거의 하지 않았다. 상장사인 덕산하이메탈, 덕산네오룩스조차 수십 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다.
덕산홀딩스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2013년 이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고, 덕산하이메탈은 2008년 이후 17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앞서 이수훈·수완 형제들이 부친 이준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을 때도 배당수익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최근 덕산네오룩스가 현대중공업터보기계 인수합병(M&A)를 추진하면서 배당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덕산네오룩스는 710억원을 투입해 지분 59.69%를 확보하는 딜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산업용 펌프 및 압축기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심의 덕산홀딩스 계열사와의 직접적인 시너지는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대중공업터보기계의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배당성향(지난해 기준 74%)으로 인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 또한 지속되는 상황이다.
덕산홀딩스 관계자는 덕산피앤브이의 설립 목적과 역할 등에 관해 묻는 질문에 "그룹의 성장 전략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고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산업군의 기업을 확보하고자 지분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터보기계 인수 역시 경기 변동성이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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