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상장폐지
"그룹 일감 든든하지만"…지방 사업장 '직격탄'
②매출의 30% 이상이 내부 일감…사업다각화 위해 추진한 주택사업 '쓴맛'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07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건설.(사진=딜사이트 DB)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그룹 계열사의 안정적인 내부 일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던 신세계건설은 실적 악화와 재무건전성 저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그 뇌관으로 주택사업이 지목된다. 


특히 대구·부산지역의 하이엔드 아파트 실적 부진의 영향이 컸다. 분양률이 저조한 탓에 공사대금 유입이 늦어진 데다 소규모 시행사와 시공 계약을 맺음으로써 자금 회수 여력이 떨어져 미수금이 쌓였다.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채무를 떠안게 되면서 재무건전성에 더욱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든든한 내부 일감…지나친 의존도는 '지적'


신세계건설 내부거래 규모 추이.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기자)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6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전체 매출의 32%인 2075억원이 그룹 계열사 몫이라는 것이다. 거래한 계열사는 모기업인 이마트 등 총 15곳이다. 


신세계건설은 1991년 창립 이후 그룹 내 상업시설 시공을 도맡으면서 외형을 키웠다. 신세계그룹이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스파필드를 확장하자 이와 맞물려 성장해왔다. 지난 2015~2020년 신세계건설의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웃돌았다. 특히 하남, 고양 스타필드 공사기간이었던 2015~2016년에는 내부일감 비중이 80%를 넘었다.


또 신세계그룹의 내부일감은 안정적인 사업비 확보 가능하다. 발주처가 국내 대기업 순위 11위인 신세계의 계열사라 미수금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실제 신세계건설은 발주처가 계열사인 경우에는 준공이 되면, 공사 미수금이 거의 없다.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작아 재무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자체적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스타필드 지점 ▲수원 ▲고양 ▲수원 ▲안성 ▲코엑스 등 5곳 모두 은행 대출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했다. 고양점은 기업시설운전자금 명목으로 은행 대출을 받았으며 그 외 4곳 모두 토지, 건물 등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


다만 신세계건설의 내부일감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성장에 대한 의문은 줄곧 제기돼 왔다. 신세계 그룹의 일감에 따라 실적이 좌우돼 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형 사업인 스타필드 공사가 완료되면 신세계건설의 실적이 급감하기도 했다. 


신세계건설 공사미수금 추이.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기자)

지방 하이엔드 아파트 '빌리브' 발목 잡았다


신세계건설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2018년부터 주거 브랜드 '빌리브(VILLIV)'를 런칭하고 주택사업에 진출했지만 분양 경기 침체 여파로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다. 신세계건설이 지은 사업장의 분양률이 저조해 대금 일부를 받지 못하게 돼서다. 2024년 9월 말 진행사업장 분양률은 66.6%로, 할인 분양 등을 통해 분양률이 오르기는 했지만 장기간 분양 실적이 부진해 수익성이 저하된 상태다.  


실제 신세계건설의 공사미수금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2021년 1406억원 ▲2022년 2441억원 ▲2023년 3188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도 공사미수금이 3643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또 늘어났다. 공사미수금 확대로 현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유동성 악화가 가속화됐다. 올해 3분기말 기준 공사미수금은 3643억원으로 전년 말(3188억원) 대비 14.3% 증가했다.


신세계건설의 주택사업 공략지가 미분양 사태가 극심했던 대구와 부산지역이었단 점도 리스크를 키운 대목이다. 사업비가 전년 매출액의 5% 이상인 주택 사업장 12곳 중 5곳이 해당 지역 사업장(▲해운대 우동 ▲대구 칠성동 ▲ 대구 본동3 ▲부산 명지지구 아파텔 2곳)이었다. 문제는 해당 지역의 분양경기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대구 사업장 2곳 분양률은 ▲대구 칠성동 63% ▲대구 본동3 38%이다. 부산 명지지구의 분양률은 58%로 나타났다. 3분기 말 현재 대구와 부산지역 사업장 5곳의 공사미수금은 2496억원으로, 전체 공사미수금 규모의 69%에 해당한다.


무리한 하이엔드 분양가에 '부실' 소규모 시행사…"엎친 데 덮친 격"


신세계건설이 내세운 하이엔드 아파트도 분양시장에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신세계건설은 주변 아파트단지와 차별화한 최고급 아파트브랜드를 내세웠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고, 결국 공매로 넘어가는 물건도 발생했다.


일례로 지난 2월 말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공매를 진행했던 대구 수성구 빌리프 헤리티지가 대표적인 '악성 미분양' 사례로 꼽힌다. 국민평형인 84㎡ 기준 분양가가 9억원~10억원에 형성됐었다. '쌍용더플래티넘범어'와 '힐스테이트범어센트럴' 등 비슷한 시기 분양한 주변 아파트의 분양가는 6억원~7억원대였다.


아울러 신세계건설의 주택사업 발주처가 대부분 소규모 시행사라는 점도 미수금을 확대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행사 자금력이 약해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줄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도급액이 전년 매출액 5% 이상인 진행 사업장 25곳 중 11곳의 발주처가 개인이 주주인 소규모 시행사다.   


여기에 신세계건설이 부실사업장에서 발생한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면서 재무건전성이 더 악화했다. 신세계건설은 올해에도 채무 인수를 약정한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타격을 입었다. 올해 초 책임 착공을 약정한 옛 포항역 개발사업 관련 금융회사 지분과 사업 추진을 위해 발행된 110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취득했다. 또 연신내복합개발사업 관련 유동화증권 300억원을 매입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책임준공 미이행시 조건부 PF채무 인수 약정액은 총 2조4330억원으로, 자기자본(6792억원)의 3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신세계건설이 PF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하면서 재무 리스크를 줄여 나갈 것"이라며 "설계·공법·시공 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신세계건설 상장폐지 2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