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은행원서 제조업으로' 김진태 우양HC 대표
장은 퇴사 후 전장서 경험 축적..."돈 벌기 힘들구나"
기업 정상화 이끈 CFO이자 2000억 매출 달성 CEO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양HC 김진태 대표.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회사 본사에서 김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화공플랜트 소부장기업 우양HC를 이끌고 있는 김진태 대표는 은행원 출신으로 제조업 전문경영인(CEO)에 오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입사해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회사를 3년 만에 정상화시켰다.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엔 냉철한 현실인식과 강력한 동기부여로 건강한 조직문화의 기반을 다잡았다. 지난해 우양HC는 11년 만에 매출액 2000억원대를 회복했다. 내년 5월에는 코스닥 재상장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회사 본사에서 취재진을 맞이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한 뒤 커피를 마시면서 진솔한 얘기를 들려줬다.


◆ "고생하면서 배운 거는 첫 번째. 돈 벌기 힘들다. 두 번째. 사람들 진짜 똑똑하다"


그는 2000년 한국장기신용은행을 퇴사하고 수년간 중소·벤처기업을 전전했다. 당시 다니던 10명 남짓의 벤처기업은 연매출 5000만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창업 후 3년간 목표치의 반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자가 발전은커녕 인건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었다. 그는 "은행에 계속 있었으면 세상이 이렇다는 거를 몰랐을 것"이라며 "진짜 이 세상은 밀림이다"는 말로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행원 시절 기업 실사로 종업원 5명이 근무하는 소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그는 '이런 작은 회사를 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경험을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으면서 사업가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세상의 냉혹함을 경험했던 그 시절을 '야전(野戰)'이라 표현했다. 야전생활은 기업가적 사고를 확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사업이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며 수익을 발생시켜야 존속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비즈니스는 결국 생사의 문제로 환원한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중간은 없다. 한 업체가 성장하면 다른 업체는 쇠퇴한다"며 "뼈를 깎는 혁신이 있어야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대표를 비롯해 전 구성원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혜적인 보너스 문화 대신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구성원 모두에게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보너스'는 어떤 의미에선 '투자금'이다. 재무전문가 출신답게 현재의 재정 상황에서 지출 가능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또 그것이 가져올 최대한의 효용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갔다. 그는 "돈을 쓰는 건 좋으나 제대로 써야한다"며 "회사가 3년, 5년 ,10년을 바라보고 경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 "인류가 원시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한 플랜트 산업은 존속한다"


김진태 대표가 취재진을 데리고 공장 내부를 안내하면서 제품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가 우양HC에 입사한 건 지난 2015년이다. 회생절차에 있던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CFO로 투입됐다. 3년간의 회생절차를 갓 마치고 사업 재건을 위해 은행을 찾았을 때 투자 심사역이 플랜트 사업의 전망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인류가 원시시대로 회귀하지 않는 한 플랜트 산업은 존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석유화학업을 통찰하는 대답이었다.


실제로 석유 가공물질인 에틸렌은 '산업계의 쌀'로 불린다. 에틸렌이 원료가 돼 폴리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비닐, 고무, 옷 등 공산품의 원재료로 사용한다. 에틸렌 추출 기술이 발전하면서 설비시설도 바뀌고 있다.


기존 나프타크래킹센터(LCC)에서 천연가스를 활용한 에탄크래킹센터(ECC)에 이어 최근에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처럼 원유 자체에서 석유화학제품을 추출하는 정유·석유화학통합시설(COTC)이 등장하고 있다. 공법의 발전으로 새로운 플랜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인류가 에틸렌 기반의 석유화합산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플랜트 사업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 "트럼프 당선은 호재다"


우양HC 제2공장. (사진=딜사이트)

김 대표는 도날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업계 호황으로 화공플랜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초 바이든 대통령이 LNG 신규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LNG 설비 투자가 잠시 중단됐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내 7~8곳의 LNG 신규 투자를 비롯해 업계 전반의 호황이 예상되고 있다.


우양HC는 오랜 업력동안 누적해 온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주로 벡텔, JGC, 치요다 등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에 압력용기(Pressure Vessel), 열교환기(Heat Exchanger) 등을 납품 중이다. 창립 이래 30년 간 누적해온 품질 경쟁력은 회생 위기에도 꾸준한 매출을 가져다 준 중요한 자산이다. 김 대표는 "회생 중이던 2015~2016년에도 매년 60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며 "그동안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면서 쌓아온 신뢰 덕분에 거래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품질을 매개로 한 고객사와의 끈끈한 신뢰관계는 중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화공 플랜트는 고압과 고온의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해 제작 과정에서 철판들 간의 정밀한 접합을 요한다. 김 대표는 "중국 제품의 경우 제시한 스펙에 미달하는 제품들이 발생해 품질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우리의 경우 양산 제품들이 모두 제시한 스펙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기 때문에 고객사와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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