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상장폐지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다"…한계기업 '눈 앞'
①3년 연속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커…완전자회사 편입 후 재무 개선 방점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건설.(사진=딜사이트 DB)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신세계건설이 1999년 상장한 이후 약 25년 만에 코스피에서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이마트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모기업인 이마트는 최근 3년 내내 적자를 이어온 신세계건설의 부진으로 그룹 전체가 손실을 입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신세계건설과 수익성 저하와 차입금 확대로 '한계기업'으로의 선정이 확실시 된 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신세계그룹 손실 규모 확대… 상장폐지 후 재무 개선 속도 높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주식을 확보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내년 2월4일 신세계건설 주식의 포괄적교환을 앞두고 있다. 이마트는 소액 주주로부터 주식을 받고, 주주들에게 주당 1만8300원을 교부한다. 이를 통해 상장폐지의 요건인 '지분율 95%'를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마트는 올해 9월 말부터 신세계건설 자사주(2.21%)를 제외한 주식 전량을 목표로 매수에 나섰으며, 현재 총 90.42%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삼으려는 배경으로는 신세계건설의 실적 악화가 꼽힌다. 신세계건설이 연이어 적자를 기록하면서 최대주주인 이마트로까지 손실이 번진 까닭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신세계건설 적자 영향으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에도 건설업은 이마트의 사업 분야 중 유일하게 영업적자가 난 분야다. 


신세계건설의 실적 악화는 최근 이어져 오고 있는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그룹 계열사의 수주일감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립했지만, 주택사업을 본격 확대한 것이 패착이 됐다. 분양경기 침체기와 겹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신세계건설 순이익 추이.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기자)

◆ 그룹 차원 지원 '총력'…단기적 효과에도 재무 리스크 잔존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건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올 한해 모기업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꾸준히 신세계건설 살리기에 힘을 더했다.


우선 신세계그룹은 계열사를 활용해 신세계건설의 사업부문을 재편했다. 신세계 계열사 중 '알짜배기' 기업을 신세계건설에 붙이거나 신세계건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 사업 부문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는 식이었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 인수합병을 하면서 728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이 유입됐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는 2022년부터 영업흑자를 이어온 '알짜기업'이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는 지난해 이익잉여금으로 489억원을 쌓았다.


또 올해 6월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레저사업 부문을 영업 양도했다 매각액은 2078억원이었다. 이때 자회사 매직플로우도 약 111억원에 매각했다. 매직플로우는 지난해 미디어앤스페이스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설립한 전시관 설치 및 운영 자회사지만, 설립 9개월만에 매각했다.아직 해당 사업이 초기 단계인 데다 적자를 내고 있어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투자 여력도 충분치 않고 당장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그룹의 지원 사격은 조달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6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신세계아이앤씨가 1월, 4월, 7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5월 6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는데, 이것도 이마트가 자금보충 신용보강을 약정하는 등 모회사 뒷배가 든든한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976%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145%까지 대폭 떨어졌다. 그룹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이 늘어난 것이 수치 개선에 결정적이었단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건설 최근 3년 이자보상배율.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기자)

◆ "한계기업 피했지만"…끝나지 않은 재무 우려


그룹사의 전방위적인 지원 덕분에 신세계건설의 건전성이 완화됐지만, 이는 임시방편과 같은 효과에 불과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신세계건설의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연 7.078%로, 높은 수준인 데다 3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 조건이 있다. 콜옵션을 시행하지 않으면 스템업 조항에 따라 금리가 2.5~4.5%포인트씩 순차적으로 가산된다.


신세계건설이 영업수익에 비해 큰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고금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자본은 확충했지만 이자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한계기업은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회사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 신세계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2022년부터 지금까지 1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2.26배였고, 지난해에는 지방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액이 대거 반영되면서 -9.47배까지 확대됐다. 올해 3분기에는 -3.57배로 작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음수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는 뜻이다.


신세계건설이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한계기업'이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하자 결국 자진 상장폐지에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을 자회사로 편입해 재무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이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분기별 결산보고 등 공시 의무가 대폭 감소하며, 주주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사업 진행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에 나선 것"이라며 "상장폐지 이후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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