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P5 공사 재개…이르면 내년 하반기 착공
공사 지연 시 건축 자재 변질 우려…신속한 결단 필요성↑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17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5공장(P5) 공사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추정된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지만,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며 투자 기조를 천천히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도 더이상 공사를 늦추기엔 건축자재 변질 등의 우려도 나와 관계사, 협력사들도 삼성전자의 결정에 촉각을 세우며 실시간으로 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 및 실적 부진으로 평택캠퍼스 생산 속도 조절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가동하고 있던 P2, P3의 일부 생산 설비 전원을 30%가량 끄고, 기초 공사 중이던 P4와 P5는 각각 '슬로우다운', '셧다운'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평택 공사 현장에서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더불어 첨단 공정 전환을 통한 '1c D'램 양산 준비를 위해 업황 둔화 속에서도 천천히 설비 투자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만 PA, PE 등 연구 기술직 인력이 2000명가량 평택캠퍼스로 이동해 P4, P5 완공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P5의 경우 현재 터닦기 작업을 마쳤지만 기초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현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의 한 관계자는 "이제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끝났으니, 내년 상반기 착공은 어렵겠지만 하반기에는 P5 공사를 조금씩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P5의 구체적인 용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파운드리보다는 메모리반도체 라인에 집중해 설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5는 기존 공장보다 규모가 두 배 가량 커, 대규모 투자를 섣불리 진행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기존 공장인 P1~P4까지는 공장이 2층 구조로 구성돼, 한 개 층에 클린룸 2개씩 총 4개가 들어갔다. 클린룸 한 개 길이는 300m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반도체 공장 용적률을 140%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P5부터는 건물을 기존 2층에서 4층으로 확대 건설할 수 있게 됐다. 클린룸도 총 8개 들어간다. P1~P4 클린룸의 면적을 다 합쳐도 P5, P6 두 동의 면적보다 작은 셈이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범용 D램의 공급 과잉을 부추기면서 D램 가격이 넉달 만에 35.7%나 하락,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불황이 급격히 찾아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메모리업체들은 CXMT 등 중국 업체들이 DDR4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DDR5로의 공정 업그레이드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단기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수요부진 영향 속 레거시 제품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는 공격적인 캐펙스(설비투자, CAPEX) 보다는 선단공정 전환 위주의 보수적인 투자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LPDDR5 등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 시황 회복에 따른 생산량 증대를 대비해 P5도 천천히 뼈대를 세워 언제든 가설공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6세대 10나노급 D램인 1c D램 등 양산을 위해 P4에 주요 장비 설비 도입도 준비 중이다. 내년에 HBM의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가 본격화 되고 물량이 늘어나면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HBM 램프업(생산량 확대) 가능성도 나온다. 


현장에서도 공사가 지나치게 지연될 시 건축 자재가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신속한 결단을 요구하는 사항으로 보고 있다. 통상 건물을 지을 때 뼈대로 'H빔(강철 기둥)'을 사용하는데,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칼럼'이라는 기둥을 사용한다. 현재 P5에 수만 톤의 칼럼이 쌓여있다. 


현장 관계자는 "칼럼을 오랫동안 쌓아 놓으면 녹이 슬고 오염돼 폐기처분해야 한다. 내년 하반기에 공사를 재개한다고 해도, 이 수만 톤의 칼럼을 외부로 반출하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된다"며 "삼성전자 측에서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삼성E&A 등 P5 공사에 참여하는 계열사들도 삼성전자의 공사 재계 결정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에는 삼성물산이 22m, 6m짜리 칼럼을 땅에서 한 번에 조립해 들어 올리는 외부 골조 설치 테스트를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공사 재개를 요청하면, 삼성물산은 20개월 이내에 외부 골조 설치 공사를 마무리해야 지체상금(패널티)을 물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도 삼성전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P5용 특수가스 업체들도 공사 재개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린데코리아가 P5용 가스 공급 업체로 선정됐는데 이들 모두 P5 공사 중단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경우 기업 가치가 기존 5조원에서 3조원대로 떨어져 당시 추진하던 경영권 매각을 철회한 바 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에서 아직 정확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현재 통상적인 건설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 여부조차 불확실했던 P6도 물밑 작업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두 달 전 P6용 가스공급 공개 입찰을 진행해, 당시 프랑스 산업가스 전문기업 에어리퀴드의 부사장도 평택에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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