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지난주 삼성물산 관계자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P4)의 페이즈(PH)2는 메모리 라인으로의 설계 변경 없이 기존 계획대로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으로 시공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P4 공사 현장 관계자)
파운드리 업황 악화로 설계 변경까지 논의됐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P4)의 페이즈(PH)2가 당초 계획대로 파운드리 라인으로 건설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파운드리 라인인 P3의 PH2와 P4의 PH2가 서로 공중에서 연결되는 브릿지(다리)를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생산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파운드리 사업 분사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에 의지를 나타낸 만큼 관련 투자를 지속하면서 향후 고객사 확보와 더불어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등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파운드리에서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이뤄 적자 폭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9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4의 PH2를 당초 계획대로 파운드리로 시공할 예정이다. PH2는 지난 3월 파운드리 업황 부진을 이유로 마감 공사가 도중에 일시 중단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라인인 PH3를 먼저 시공하는 동시에, PH2는 메모리 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사현장에서 직접 만난 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PH2의 설계를 변경하는 데 따른 물리적인 제약과 문제점이 많은 상황이다. 현재 공사 공정이 밀려 있어 하루빨리 PH2의 마감 공사를 끝내고 기계 설비를 투입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삼성 측에서도 당초 계획대로 파운드리 라인을 그대로 밀고 가는 방안을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P4의 PH2에 기존 파운드리 라인인 P3의 PH2와 연결되는 브릿지를 설치했다는 점이 파운드리 시공을 계속 진행할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5월 기준 총 4개의 브릿지가 복합동 건물을 사이에 두고 설치돼 P3와 P4를 연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브릿지는 세메스의 웨이퍼이송장치(OHT)를 설치하기 위한 통로인 것으로 분석된다. OHT는 웨이퍼가 담긴 통(풉)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장치다. 향후 OHT가 탑재되면, P3 PH2에서 생산하던 반도체 웨이퍼가 P4 PH2로 이동해 마감 작업을 진행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후공정에서 무인화율을 높이고자 '웨이퍼 이송 자동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현장 관계자는 "브릿지는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 구조물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OHT를 설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하지만 현재 P4 PH2는 파운드리 라인으로 마감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인데 이를 모두 철거하고 다시 메모리 반도체 라인으로 변경하려면 시간이 오래 소요돼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간 문이 닫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P4 PH2에서도 현재 배관, 전기 등 일부 설비 작업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배관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작업자도 "우리 회사에서만 현재 5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공사에 투입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평택 공사 현장에서 발견한 사내 게시판에는 P4 PH2의 본격적인 현장 개설은 내년 12월, 착공은 2026년 5월로 기재돼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메모리 라인을 늘리기 보다는 미리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해 내실 다지기를 통한 실적을 개선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도 지난 9일 임직원들에게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생산량 확대)이 핵심 과제"라며 "내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파운드리 사업 반등의 관건은 2나노 공정으로 보고 있다. TSMC가 내년 중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통해 2나노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PH2 착공 시점을 2026년으로 미룬 이유도, 내년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에서 수율을 먼저 확인한 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에 중요한 투자 정보인 만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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