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본부장급 인사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로 다수 교체하는 등 파격 발탁을 단행한 가운데 신한벤처투자 대표로 타 은행계열 벤처캐피탈(VC) 출신 인사를 추천했다. 그룹 내부의 인사가 아닌 현직 심사역을 영입한 점은 진옥동 회장이 당초 강조한 VC의 '야생성(animal spirit)'을 유지시키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벤처투자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박선배 우리벤처파트너스 전무를 신규 추천했다. 자경위에서 후보에 오른 인사들은 각 자회사의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자격요건·적합성 여부 등의 검증을 거쳐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단계별 절차가 남았으나 신한금융지주가 신한벤처투자의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박 전무의 취임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게 중론이다.
신한벤처투자가 2020년 9월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로 들어온 이후부터 대표직을 지켜온 이동현 대표는 전신인 두산그룹 계열의 네오플럭스 시절 벤처투자부문 2본부장을 맡았다. 내부 승진 형태였던 전임자와 달리 이번 인사는 외부 영입 방식으로 이뤄진 셈이다.
신한벤처투자 관계자는 "내부 승진이 아니라는 점에서 회사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업계 경험을 지닌 인사를 선택한 사실은 과거 이동현 대표의 연임을 결정할 당시 진옥동 회장이 VC의 야생성을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VC만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생인 박선배 후보는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에 입사한 이후 20년 이상을 근속하며 지금까지 활발한 투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박 후보는 공학도 출신인 만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투자역량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대표 포트폴리오는 ▲넥스틴(반도체 광학검사장비 제조업체) ▲버클리라이츠(미국 바이오장비 업체) 등이다.
넥스틴은 2020년 9월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버클리라이츠는 2020년 7월 나스닥(NASDAQ) 시장에 상장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넥스트 투자로 멀티플 14배, 버클리라이츠 투자로 멀티플 8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2022년 12월 열린 'Korea VC Awards 2022'에서 최우수 심사역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투자 성과를 인정받기도 한 인물이다.
다만 그의 전문 투자영역이 신한벤처투자가 향후 보여줄 투자방향과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VC 대표들은 투자에 대한 경험이나 좋은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조직 관리와 경영 전략을 세우는 역량도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 VC의 경우 회사를 이끄는 대표의 전문 영역이 회사의 투자 색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대형 VC는 부서마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있어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대표는 인사가 나기 30분 전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통보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은행계열 VC로 옮길지, 새로운 회사를 차릴지 등에 대해선 업계 내 의견이 분분하다. 신한벤처투자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투자업계에서의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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